진주성-우란분절(盂蘭盆節)
진주성-우란분절(盂蘭盆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8.22 16:56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우란분절(盂蘭盆節)

어제(8월22일)는 음력 7월 보름으로 백중(百中)이었다. 백중은 백종(百種) 또는 망혼일(亡魂日)이라고도 한다. 백종은 이 무렵에 과실과 채소가 많이 나와 옛날에는 백가지 음식을 마련해 조상에게 바치고 재를 지낸다고 하여 유래된 명칭이다. 망혼일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날 저녁에 여염집 부녀자들이 음식을 장만하여 돌아가신 부모를 위하여 제사를 지내는 데에서 나온 말이다.

불가에서는 백중을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 부른다. 우란분절은 하안거(夏安居)의 끝 날인 음력 칠월 보름을 앞뒤로 한 사흘간 불교 아귀도에 떨어진 망령을 위하여 여는 불사(佛事)를 이르는 말이다. 같이 안거에 들었던 승려들이 자신이 지은 죄를 다른 승려들 앞에서 고백하고 참회하는 자자(自恣)를 해 청정의 신분이 된 승려들이 재를 모시게 된다.

우란분절, 즉 백중은 사찰에서 부처님 오신 날 다음으로 중요한 행사로 불교의 4대 기념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백중을 앞두고 각 사찰에서는 조상을 기리기 위한 백중기도를 하게 된다. 노납의 여래사에서도 신도들이 7000배 기도를 하고 엊그제 회향했다. 백중기도를 통해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부모님의 소중한 은혜를 되새기는 것이다. 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그날을 위해 100일이나 49일 전부터 준비하기도 하고, 짧아도 그날만큼은 의례를 정성껏 행한다.

불가에서 백중을 4대 기념일로 기리게 된 것은 부처님 당시 십대 제자였던 목련존자의 효심에서 비롯됐다. 불경‘목련경(目連經)’과 ‘우란분경’에 보면, 부처님은 지금 살아 있는 부모나 7대의 죽은 부모를 위하여 스님들에게 밥 등의 음식과 5가지 과일, 향촉과 의복으로 공양하라고 하였다. 이는 신통력으로 자기 어머니가 아귀 지옥에서 고통 받는 모습을 본 목련존자가 어머니의 구원을 부처에게 청원하여 비롯된 것이다.

백중기도를 통해 불자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돌아가신 부모님과 가족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게 된다. 부모님이 생존해 계실 경우 조부모부터 증조와 고조까지, 그리고 집안에 자손이 끊어진 친척들, 태중에서 생을 마감한 생명들까지 영단에 위패를 모셔놓고 재를 지낸다. 따라서 백중은 사찰에서 부모를 위하는 날이고, 조상을 기리는 날이다.

우리는 지금 조상들의 은덕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 부모가 없이 우리가 어떻게 태어날 수 있었겠는가. 백중일을 계기로 부모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되시기를 빌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