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고사(古史) 산책춘추전국시대 초나라에 굴원(屈原)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회왕의 신임을 얻어 26세에 좌상이라는 중책을 맡아 크게 활약했으니 우리나라의 남이장군과 흡사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는 정적들의 모함을 받아 조정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는 너무 억울하여 울분을 참지 못하고 강물에 빠져죽으려 멱라강변을 거닐다가 한 어부를 만나게 되었다. 그 어부는 초라한 모습의 굴원을 이내 알아보고는 “어쩌다 자살까지 하려는 어려운 처지가 되었소?” 굴원은 “온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바른 정신으로 깨어있다고 해서 쫓겨났소” 하니 그 어부가 “총명한 사람은 자기 생각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순응할 줄 알아야 하오. 세상이 다 혼탁하면 그것에 기준을 맞추고, 모든 사람이 취해있으면 당신도 그들과 함께 취하면 되지 어째서 고집을 부리다가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소”라고 했다고 했다.
그의 대표적인 시에 이소(離騷)가 있으며, 망국을 한탄하며 지은 시 어부사(漁父辭)가 있다. 사람들은 굴원이 죽은 날이 음력 5월 5일이라 중국의 4대명절인 단오절과 함께 ‘문학의 날’로 기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후세 유학자들은 굴원의 죽음을 두고 해석하기를 맑은 물에 갓끈을 씻는다는 것은 세상이 올바를 때면 출사하여 벼슬을 한다는 뜻이요, 발을 씻는다는 것은 먼지로 찌든 속세를 떠나 은둔하며 고상하게 산다는 의미라고 했으니. 선비들은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대쪽 같은 기개는 지키겠다는 뜻이라 하겠다. 옛 선비들은 지조를 굽혀 부귀영화를 누리느니 지조를 지켜 차라리 죽음을 선택했으니 올곧은 선비의 정신은 천추만대에 빛나는 것이다.
시대가 바뀐 오늘날에도 어부의 말처럼 자신의 영달과 부귀를 위해서는 체면도 의리도 버리고 철새처럼 방황하는 무리도 있고, 굴원처럼 혼탁한 시류에 합류하고, 술 취한 체 흥얼거리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참 선비도 있으니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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