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벌초와 조상 섬기기
진주성-벌초와 조상 섬기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9.05 17:1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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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벌초와 조상 섬기기

추석 한가위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벌초(伐草)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벌초는 조상 묘지에 무성하게 자란 풀과 잡초를 제거하는 의례로 조상의 은덕을 기리기 위한 행사다. 조상을 잘 섬겨야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생각은 마치 민간신앙처럼 아직도 우리 생활 속에 남아 있다. 자손들이 잘 되는가의 여부는 조상의 묘를 얼마나 정성스레 모시는 가에 달려있다고 믿었던 까닭에 추석 성묘를 앞둔 벌초는 집안의 중요한 행사가 된다.

벌초는 처서 무렵부터 시작돼 이슬이 내리고 가을기운이 완연해지는 절기인 백로 무렵에 절정을 이룬다. 요즘이 그 시기여서 지난 주말에도 벌초를 하기 위해 고향을 찾은 사람들로 시골길마다 붐비고 동네 주차장마다 차량들이 가득했다.

조상의 묘를 방치한다는 것은 곧 불효자로 치부되는 것이어서 가능한 손수 벌초를 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집에서 벌초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형편이다. 그동안 도시화 및 핵가족화로 시간과 장비, 인력 부족, 고령화 등을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벌초와 묘지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벌초 시기가 되면 객지에 흩여져 있는 집안 문중들이 모여서 한꺼번에 벌초를 했지만 이같은 풍경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모임 자체를 못하다보니 문중이 모여서 벌초를 하지도 못한다.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50대 이상이 세상을 뜨고 나면 벌초 문화 자체가 없어지고 제사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한탄도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상 묘의 벌초를 대행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벌초를 전문으로 대행하는 민간업체들이 성업 중인가 하면 산림조합과 농협에서도 벌초를 대행하고 있기도 하다. 고향을 떠나온 지가 오래인데다 시간을 내기가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벌초대행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초를 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장례문화가 매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가에서는 스님들이 열반하면 화장을 하게 된다. 최근에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매장 대신 화장을 해서 납골당이나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장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장묘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지만 아직 묘지에 대한 벌초는 매우 중요한 의례다. 이는 벌초를 통해 조상의 은덕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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