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재기 할 그날을 기원하며
진주성-재기 할 그날을 기원하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9.07 17:4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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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재기 할 그날을 기원하며

비대면 거리 두기, 집합금지. 외출자제. 듣기만 해도 지겹고 진저리가 난다. 그러나 생과 사의 갈림길이라 내 걱정보다는 가족에게 코로나를 옮겨다 줄까봐 무던히도 조심한다.

한 달에 한 번씩 혈압 약 처방을 받으러 가는 의원이나 머리를 깎으러 미용실 가는 것조차 아무 일 없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다녀온다.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묻혀다 나르면 어떡하나 하고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서너 사람 오던 문학교실도 코로나 끝나면 다시 하자며 일찌감치 휴강하고 인터넷으로만 소통하며 나만 나와서 시간을 보낸다. 나와도 그만 안 나와도 그만인 이러한 나의 일상이 많은 사람에게 미안하다.

내일의 생계를 위해 오늘이 절박한 소상인들의 소리 없는 절규에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어 애가 탄다. 언제 끝날지 아득하기만 하다. “차 한잔합시다” “점심 같이합시다” “이리로 오시죠” 언제 했던 소리인지 까마득하다.

그나마 이것은 팔자 좋은 넋두리다. 한시도 출입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어둠살도 내리기 전에 문을 닫는 식당주인, 카페주인, 매점주인 등 이들 소상인의 한숨이 언제 끝이 날까.

옛말에도 한 해 흉년이 3년을 간다 했고, 허리 한 번 접히면 일어서기 힘들다고 했다. 과욕인지 허욕인지 살만하면서도 ‘죽는소리’ 하며 못 참겠다고 정부를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쳐대는 이들도 있지만, 정작으로 힘든 사람은 남이 볼까 봐 아무 내색도 못 한다.

혼자만 끅 끅 소리 없는 울음을 토하는 저 서러움을 어찌해야 하나. 가진 것이라곤 오로지 육신이 전부여서 눈물과 땀으로만 일구었고 열정과 정성으로만 가꾸었던 삶의 터전인데 온종일 출입문만 바라보다가 불을 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는데 돈 문제만큼은 어림도 없다. 시간은 돈으로 정산되고 돈은 돈으로만 정산된다. 시간은 죽기 살기로 쫓아온다. 까만 밤에 몸을 잠깐 숨기면 새벽은 매몰차게 밝아온다.

절집을 지키는 사천왕의 형상을 한 거대한 괴물이 철커덕 철커덕 쇳소리를 내며 창검을 들고 잡아 죽일 듯이 다가오는데 무슨 수로 막아내나. 문전성시는 아니라도 다문다문 드는 손님으로 그럭저럭 이어 왔던 생계까지 막막해지고 있다.

“가게가 문을 닫았네” 하고 얼핏 보고 지나치기에는 상상도 못 할 가슴 아픈 사연들이 세상인심에 가려져 있다. 거리 두기와 비대면으로 인하여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마저 바뀌고 있어 성쇠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지금 하는 나의 소비패턴이 사과나무를 키우는 것인지 가시덤불을 키우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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