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순례의 길
아침을 열며-순례의 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9.26 17:2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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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
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순례의 길

부귀영화를 누리고 사는 인생이라도 마음 한 편에는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 있다고 한다. 가난과 병마의 시련 속에 살아가는 서민들은 더욱 그러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허무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신비로운 세계를 추구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영적 세계로 사후가 궁금하고 두려워진다. 엇비슷할지 모르지만 종교의 영역일성 싶다. TV에 비쳐지는 중동지역의 메카로 몰려드는 라마단 행렬은 수백 만 명이 운집하고, 수천 만 명이 압사하는 사고도 발생한다.

해발 수 천 미터의 파미르고원을 3보 1배 하면서, 몇 달씩 걸어서 티벳불교의 성지로 가는 사람들! 과연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기에 비가 내리거나 폭염, 폭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고행을 자초하는 것일까?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 세상에서의 신기루 같은 행복, 물질이나 사회적 성공이 삶의 전부가 아님을 은연중에 깨닫는 것인지 모르겠다. 석양 길에선 인생이 아니더라도 사고나 범죄, 난치병으로 저승길을 너무 많이 가고 있다. 누군들 천국과 극락에 가고 싶지 않을소냐!

유명세를 탄 IT분야 교수 왈, 지금 시대는 5기가 속도고 달려가는 세상이라면서, 인공지능의 로봇이나 첨단기술 탑재의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때가 머지않았다는 예측을 했다. 심지어 전쟁도 무인병기가 대신할 것이란다. 드론이 미사일을 쏘고, 물건을 실어 나르고 있음을 보고 있다.

필자 같은 아날로그 감성의 꼰대 세대는 점차 낙오 되면서 아웃사이더로 전락해 가는 서글픈 세상이랄까.

생활 쓰레기와 산업 폐기물이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뉴스를 자주 보는데 과학이나 문명이 첨단을 달릴수록 지구 환경 파괴의 경고음도 더 크게 울리고 있으며, 너와 나 사이의 인간성 상실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극악한 뉴스로 절망에 휩싸이지 않는가? 자연 순리에 반하는 환경 파괴는 지구 종말 5분 전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얼마 전에 일어난 쿠팡물류센터의 화재로 진압소방관이 순직했다. 반면에 6.25 전쟁 혼혈아로 미국에 입양 되어간 한국명 ‘강현숙’(미국명 에스텔 쿡 샘슨)은 방사선 분야의 세계 1인자가 되었다고 했다. 이토록 사람의 운명은 누구도 모르니 무수한 밤하늘의 별들이 신비를 품고 있듯 그 신비를 찾아가고픈 영적 순례의 베일을 인간은 결코 벗길 수 없을 것이다.

소방관은 죽음을, 입양 고아는 성공을 미리 알았겠는가? 하나님 사랑을 최고로 받은 솔로몬은 후궁이 천 명이나 있었으니 술람미 여인에게 빠졌고, 우상숭배로 자신과 후손들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 세계 최고 갑부 빌게이츠의 방탕함이 들어났고 현 정권의 권력 똥개들의 아부 경쟁도 우리를 질리게 하고 있는데, 그런 인간들은 영영 영적 순례와는 담을 쌓으리라 여겨진다.

해발 200미터 고산을 오르며 베트공이라는 죽음의 그림자와 사투를 벌인 그원시림은 공포 자체였다. 물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햇빛이 들지 않는 태고적 원시림과 미로, 생과 사의 갈림길은 늘 앞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껏 이기심 덕지덕지한 인생 순례길을 걷다가 어느새 황혼. 가끔은 이타의 순례객이 되고 싶었다.

꽃이 되고 별이 된 전우들을 생각하면서, 고목이 잎을 떨구듯 80고갯길의 전우들 고개도 떨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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