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기본에 충실한 골프 문화가 정착했으면 한다
아침을 열며-기본에 충실한 골프 문화가 정착했으면 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0.06 17:1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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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놀이문화연구가
채영숙/놀이문화연구가-기본에 충실한 골프 문화가 정착했으면 한다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고 실내 생활이 답답해지면서 안전한 야외 활동을 찾는다. 산행은 가을인 지금 계절에 더없이 눈이 호강하는 놀이운동이지만, 오늘 얘기해 보려고 하는 놀이운동은 골프이다. 골프 치기 가장 좋은 시기가 지금 10월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초록과 가을맞이 꽃들로 어우러진 곳에서 가족과 친구가 어울려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매년 방학이 되면 서로 휴가를 맞추어 해외여행을 겸한 골프장을 방문해 왔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골프를 즐기는 인구의 증가로 그동안 내가 누려왔던 골프장 선택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빈 시간대를 찾기도 쉽지 않고 그 금액이 너무 올랐다. 연간 골프장 이용객 수가 증가하면 이용 금액은 저렴해져야 하는데 그 금액은 더 오르고 있다. 1박 2일 20만 원대이던 곳이 40만 원이 되어도 예약이 힘들다.

골프의 대중화를 실감한다. 주변에 있는 많은 가정주부들도 골프를 즐겨한다. 실내 활동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때에도 스크린 골프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고 늘어났다고 한다. 골프 입문자들이 저렴한 비용과 높은 접근성 덕분에 쉽게 즐긴다고 한다. 골프에 대한 관심은 체육 동호회 가입 종목 중 골프의 비율이 축구에 이어 두 번째라는 얘기를 듣고 더 실감한다. TV 프로그램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인터넷, 지상파, 케이블 방송에서도 골프를 소재로 다루는 프로그램이 정말 많아졌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는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골프 인구는 엄청나다. 한 번의 골프에 지불되는 금액이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그리고 먹거리를 포함해서 최소 15만원에서 25만원 정도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10만원이면 가능하던 금액이 지금은 20만원이 거의 기본이 되었다. 한 달에 한 두 번은 갈 수 있는 금액이지만 그 횟수가 잦아지면 금전적으로 부담이 된다. 하지만 최근 알게 된 30대의 젊은 친구들은 거의 한 달에 5번은 기본으로 필드를 가고, 주에 3번, 최소 한 달에 10번 이상은 스크린골프를 친다고 한다. 그 돈은 어디에서 생긴 것일까?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내장객은 약 4,673만 명으로 2019년 대비 503만 명(12.1%)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골프 모임에 주축을 이루는 세대는 30대에서 40대 초반의 연령대가 급격히 늘었고, 주중이면 여성 골프 인기도 한 몫을 한다. 골프장은 한 달에 한 번 월요일을 여성의 날로 정해 할인행사도 진행한다. 5060세대의 전유물이었던 골프가 젊은 세대로 이동되면서 골프장 이용 횟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게 되었다. 평일은 스크린 골프장을 찾는 이도 많다. 거의 비어있던 스크린 골프장조차 예약이 힘드니 말이다.

골프장은 역대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골프장 방문을 하면 안내 데스크에서 등록을 하고 경기보조인(캐디)을 만난다. 캐디도 골프장마다 친절함과 그 숙련도 차이가 심하다. 2~3개 홀을 진행하면 이미 고객의 골프 실력을 파악하고 거리에 맞는 채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내가 거리를 묻고 그 거리에 맞는 채를 마지막 홀까지 얘기해야 되는 때도 있다. 친절하고 능력있는 캐디를 만나면 그 날 행복한 하루를 보내지만 그렇지 못한 캐디를 만나면 캐디피로 지불하는 13만원의 금액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숙련도가 낮은 캐디는 그에 합당한 금액만 받으면 좋겠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은 캐디가 개인 서비스업자라 한다. 골프장 이용객과 캐디의 관계는 단순 골프장 운영자의 중개로 골프장 고객과 고용 내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고객의 경기를 보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고용을 할지 안 할지는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골프장이 3부까지 운영을 하면서 캐디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캐디 없이 골프 진행이 불가능한 것도 아닌데 골프장 중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이 한국은 거의 없다. 고객은 골프를 운동이라 생각하지만 캐디를 포함해 골프 관련 업자는 수익이 우선이다. 서비스업이 가져야 되는 기본이란 것이 차츰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각자의 자리에서 합당한 대우와 기능을 한다면 삐걱거림이 없을 터인데 욕심을 부리면 어딘가에서 불협화음은 나오기 마련이다.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개개인이 의식을 가지고 기본에 충실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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