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불효자는 웁니다
진주성-불효자는 웁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0.07 17:3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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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성균관 원임부관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성균관 원임부관장-불효자는 웁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세상 그 어떤 강자도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강함에는 비길 수 없을 것이다. 그 헌신적이고 끝이 없는 사랑은 자식을 위해서는 기꺼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맹목적인 것이기에 어머니란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솟는 것이다.

나라를 잃고 그 어렵던 1936년 비가 질척거리던 어느 봄날, 스무 살의 진방남은 가수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마산역으로 향했다. 그는 본래 소설가 지망생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고생이 눈에 훤해 아무리 말렸으나 그 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알고 역까지 전송을 나왔다. 부스스한 머리를 흩날리며 아들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진방남은 어머니께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참았다.

서울로 온 그는 양복점에 취직해 생계를 이어가며 가수가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의 흥얼거리는 노래를 들어본 주위 사람들은 한 결 같이 가수가 되어 보라고 부추겼고, 그 어렵고 서러웠던 타향살이도 어머니만 떠올리면 금방 힘이 솟았다.

1938년 봄, 조선일보사와 태평레코드사가 공동주최한 노래 콩쿠르에서 드디어 그는 ‘춘몽’이라는 노래를 불러 1등을 했고 태평레코드는 그를 전속가수로 발탁했다. 김영일 작사 이재호 작곡의 ‘불효자는 웁니다’는 세상의 모든 불효자의 한을 담아 만들어져 취입을 위해 일본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오사카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의 별세라는 전보가 와 있는 게 아닌가. 진방남은 간장이 끊어지는 애끓는 마음을 억누르며 취입을 하게 된다.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요/다시 못 올 어머니여 불초한 이 자식은/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손발이 터지도록 피땀을 흘리시며/못 믿을 이자식의 금의환향 바라시고/고생하신 어머님이/ 이해 이 세상을 눈물로 가셨나요 그리운 어머님.//북망산 가시는 길 그리도 급하셔서/이국에 우는 자식 내몰라라 가셨나요/그리워라 어머님을 끝끝내 못 뵈옵고/산소에 어푸러져 한없이 웁니다” 민족의 애창곡이 된 이 한 많은 노래, 어머니를 생각하는 모든 자식들의 공통된 마음이 아닐까. 80이 다 된 지금도 가끔 TV에서 이 노래가 나올 때면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것은 그 위대한 어머님에 대한 죄스러움과 그리움이 솟구치기 때문이다.

‘나뭇가지가 가만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부니 흔들리지 않을 수 없고,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싶어도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라고 했다. 백가지 행동의 근본이 되는 효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돌아가신 후 땅을 치고 한탄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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