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말의 경계
진주성-말의 경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0.14 17: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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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성균관 원임부관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성균관 원임부관장-말의 경계

요즘 세상은 자기PR시대라 한다. 가만히 있으면 남이 알아주지 않으니 적당히 자기소개도 하고 아는 체도 하고 자기 자랑을 해도 흠이 되지 않겠지만, 문제는 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손해를 볼 것이다.

필자의 지인 중에 너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단체에서 관광이나 유적답사가 있을 때면, 수첩에 말할 자료를 메모해 와서는 시키지도 않는 마이크를 잡으면 끝이 없으니 모두가 지루해한다. 필자가 책임자로 있을 때 여러 사람이 건의하기를 “그 사람 마이크 주지 마세요”라는 건의를 받고, 좀 자제했으면 한다고 해도, 말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으로 나서기를 좋아했다. 가끔은 박수를 치고 잘한다고 부추기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내가 유창하게 말을 잘 해서, 내가 유식해서’를 과시하는 착각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조금만 말을 줄이고 겸손했다면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쉬운 일이었다.

또 어떤 모임에서 보면 거의 말을 독식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의 말에 도취되어 아예 남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원맨쇼를 하는 사람이 있다. 참으로 답답하고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것도 모임의 성격, 즉 주제에 맞은 얘기면 몰라도 주제에 벗어난 개인자랑 같은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말만 꺼내면 그 상대가 누구든 농담조로 말하는 가벼운 사람도 있으니 참으로 조심해야 할 일이다.

부부동반 모임에서 남자들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끝이 없다. 대다수 왕년에 잘 나갔고 날리던 사람뿐인데 부인들은 지루해서 죽을 맛이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고 반복된 말을 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지켜야 할 말하기 법칙은, 세 사람이 만나면 1/3, 네 사람이 만나면 1/4 정도만 해야 하며,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2분을 초과하지 말고 남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현명하다.

내 의사는 요점을 정리하여 간단하게 하고, 남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남의 말을 경청할 때는 상대의 얼굴을 보면서 진지하게 듣는다. 경청의 표시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을 보이며 상대의 감정을 알아준다. 중간에 말을 자르거나 끼어들기를 한다면 결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말하는 이의 말은 듣지 않고, 한 둘이 따로 자기들끼리의 말을 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좌중을 독점하며 혼자서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잘나고 똑똑한 체 자신만만하지만 실은 그 반대인 것이다. 장부일언이 중천금(丈夫一言 重千金)이라 하였고, 또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 하였으니 대장부의 말은 천금보다 무거워야하고, 말 한마디를 할 때는 세 번을 생각해보고 신중을 기하라 하였으니 참으로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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