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싱크홀
아침을 열며-싱크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0.20 17:3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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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박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싱크홀

11년만에 산 여러분의 집이 2주도 안 되어서 사라진다면? 내 집 마련이 대부분의 목표인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상황은 지옥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느낌일 것이다. 다행히도 현실이 아닌 영화에서 그러한 일이 생겨났다. 바로 ‘싱크홀’이다. ‘싱크홀’은 우리나라 뉴스에서도 가끔 나오는 땅의 지반이 내려 앉아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자연 현상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재난 영화를 보았다. 지구의 모든 곳에서 재난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우리가 찾지 못한 또 하나의 공간 즉, 싱크홀(지하)의 공간에서도 새로운 사건을 발견한다.

영화 속 ‘싱크홀’은 집을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 익숙한 곳이었지만 쉽게 오를 수 없는 암벽처럼 표현해 풍자와 긴장의 조율을 통화여 나타낸 코믹 재난 영화이다. 물탱크, 옥상, 파이프관 등 거주지의 평범한 장소를 스포츠 클라이밍처럼 높은 난이도로 묘사하고 평소라면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층과 층의 공간이 웬만한 등산보다 더 어렵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에 생존을 위해 난관을 극복하는 인물들의 고군분투가 흥미를 더하고 있다.

비록 대출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한 것 자체가 성공이라고 보고 11년만에 산 집이 무너진 김성균, 아들을 위해 투잡, 쓰리잡도 마다하지 않는 차승원, 짝사랑하는 여자 후배가 아파트를 구매하고 몇 달 사이에 2억이 오른 신입 후배에게 마음을 열고, 원룸에서 살면서 어떻게 결혼을 하냐고 현실을 씁쓸하게 여기며 얕은 꾀를 부리는 모습도 가끔 보여주는 이광수 등 장면마다 캐릭터의 개성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재난 상황 속에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녹여내며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 최초의 ‘싱크홀’에 대한 재난을 그리면서도 부동산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열심히 일해도 서울에 온전한 내 집 마련이 미션 임파서블한 지금을 살아가는 세상을 살짝 보여주기도 한다. 빌라를 4억 가까이 주고 구입해 집들이를 하면서도 맞는 편 30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를 에베레스트 산과 같은 존재로 잔잔한 농담 속에 녹아내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싱크홀’은 재난 영화의 스케일과 극한 상황에서 빚어지는 엉뚱한 모습들이 작은 웃음을 유발하고 신박한 컨셉을 마지막까지 잘 이끌어가 무난하게 마무리하는 영화이다. 어김없이 변화하는 계절에 영화 한 편, 감성을 나눌 수 있는 책 한 권, 좋은 지인과의 차 한 잔의 수다 등 각자의 방식으로 이 가을을 평온하게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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