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나 스스로 나를 챙겨라
아침을 열며-나 스스로 나를 챙겨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1.17 17: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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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놀이문화연구가
채영숙/놀이문화연구가-나 스스로 나를 챙겨라

올 봄부터 영남알프스 9봉 산행 완주와 100대 명산 완주를 목표로 주말마다 산행을 간다. 등산로 입구에 늘 주차 공간이 부족한 곳은 경차인 내 차를 타고 간다. 블랙박스는 먹통인 상태였지만, 설마 사고가 날까 하는 생각에 그냥 두고 몇 달째 차량 운전을 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자동차 사고가 나에게도 일어났다. 영남알프스 9봉 완봉을 서로 자축하면서 산행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었다. 나와 남편, 언니, 형부가 같이 타고 있었고 운전은 남편이 했다. 서울산톨게이트 근처 도로에서 우리는 1차선을 달리고 있었다. 상대편 운전자가 합류 지점에서 자신의 차선인 2차선을 달리지 않고 1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해 왔던 모양이다. 상대편 차량의 앞 범퍼가 우리 차의 조수석 바퀴 부분 위에서부터 문짝 두 개를 긁어 놓았다.

상대편 운전자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차를 바로 빼서 갓길에 세우는 것이다. 차 사고 경험이 있었던 우리는 바로 차를 세우고 사진을 먼저 찍었다. 보험사 관계자가 와서 사고 현장과 사고 경위를 듣고 개인 정보까지 적었다. 운전자의 행세는 꼭 술 취한 사람처럼 보여 바로 112에 신고를 해 경찰이 출동해 사고 현장에서 음주운전 테스트와 교통사고 접수를 해 주었다. 음주 운전은 아니었다. 상대편의 차 상태는 범퍼와 문짝에 테이프을 감아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멀쩡한 부분이 한 군데도 없었다.

우리 과실은 없지만 보통 100% 과실은 없다는 말과 함께 보험사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는 보험사 직원의 말, 합의가 안 되면 경찰서에 전화 달라는 경찰관의 얘기만 믿고 귀가했다. 내 차량은 보험사가 추천하는 정비소에 맡겨 수리를 완료했고, 130만원의 수리비가 나왔다. 다행히 자차(자기차량손해)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20%인 26만원을 지불하고 차를 찾아왔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온 수리 비용에 놀랐지만, 상대방 보험에서 처리가 되면 차액을 돌려받는다고 하니 지불했다. 사고 후 몇 일이 지나서야 보험사가 연락이 왔다. 상대편 운전자가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뭔가 잘못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박스가 작동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상대편 보험사가 억지 주장을 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을. 경찰서 담당 직원은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면서 사고 현장 사진을 모두 받아갔지만, 도움을 받고자 전화와 문자 모두 취해 보았지만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잘못을 저지르면 자신의 잘못은 시인을 해야 된다는 배우고 살아온 우리는 그럴 리가 있냐고 사진으로 사고 정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데 설마 그럴까 생각했지만 그들은 우겨 보는 것이다. 안되면 말고 식인가? 피해자인 우리가 가해자가 되려는 순간이다. 보험사는 경찰서 신고에서부터 분쟁과실심의위원회가 열리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합의를 하시는 게 어떠냐고 한다. 내년 사고로 인한 보험 금액이 그렇게 많이 상승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보험사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화를 냈다.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정확하게 일 처리를 하라고 했다.

자동차 사고에 대비해 자동차보험에 든다. 지난 20여년 운전을 하면서 큰 사고가 없었어도 매년 적지 않은 금액을 내고 있다. 사고 처리부터 수리 비용 검토까지 전문가 집단인 보험사를 믿고 모든 일처리를 보험사에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입하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번 일을 겪으면서 보험사의 무책임한 태도, 자동차 정비소의 과다한 정비 금액 청구, 상대방의 비도덕적 언행, 경찰관의 방관자적 태도.

왜 이렇게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양심은 접어두고 잠시 눈 감으면 잘못을 숨길 수 있다는 생각,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들도 저렇게 하는데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 안되면 말고 식의 생각, 사기꾼이 판치는 사회가 가진 많은 문제점의 시작은 개인의 도덕성에 있지 않나 싶다. 서서히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가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나부터 살아가기 위해 양심을 접어두고 사회에 적응하고 있지 않나 돌아보아야 한다. 나 스스로 나를 챙기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 사회 생태계가 건전한 방향으로 가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적 역할에 대한 책무 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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