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동지(冬至)에 팥죽을 먹는 이유
진주성-동지(冬至)에 팥죽을 먹는 이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2.19 17:1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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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동지(冬至)에 팥죽을 먹는 이유

오는 22일은 2021년의 마지막 절기인 동지(冬至)다. 옛사람들은 동지를 태양이 죽었다 되살아나는 날로 여겼다. 이 날 이후부터 해가 다시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보고 설 다음가는 작은설이라는 의미로 ‘아세(亞歲)’라고 부르기도 했다. ‘동지를 지나야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속담도 그래서 있는 것이다.

동지와 연관된 속담은 몇개가 있다.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동지가 지나면 해가 조금씩 길어지는 것을 노루꼬리로 비유한 것이다.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도 있다. 추운 겨울 몸을 움츠리고 있던 각종 푸성귀들이 동지가 지나면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동지날 팥죽 한 그릇은 일 년 열두 달 보약보다 낫다’는 속담도 있다.

동지하면 연상되는 것이 팥죽이다. 조상들은 팥죽을 쑤고 뱀 사(蛇)자를 써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여 더이상 악귀가 못 들도록 기원했다. 조상들은 양(陽)을 상징하는 붉은색의 팥을 통해 음(陰)의 기운인 잡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건강을 지키고 액운을 쫓기 위해 붉은색으로 동지팥죽을 먹었고 팥죽을 먹지 않으면 병에 걸린다고 생각했다.

불가(佛家)에서도 동지를 전후해 팥죽 불공을 올려서 조상에 대한 잡귀가 침범치 못하도록 했다. 동지법회를 통해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의 의미를 다시 새기며 불제자로서의 몸가짐 마음가짐을 새삼 가다듬었다. 노납의 여래사에서도 해마다 동지 때마다 신도들이 새알을 빚고 팥죽을 쑤어서 신도들은 물론이고 이웃과 함께 공양을 하면서 액운을 물리치고 소원을 빌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지난해부터는 동지 팥죽 공양행사를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해서 아쉬움이 크다.

그런데 요즈음 젊은이들은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는 챙겨도 동짓날 같은 우리의 명절에는 관심이 없는 듯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옛것을 알고 그것을 통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가 없는 현재가 없다. 과거의 미화나 부정보다 반성이 중요하다. 조상을 몰라보고, 우리의 명절을 버리면서 어찌 효도하는 후손을 바랄 수 있겠는가. 동지를 맞아 조상의 은덕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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