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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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2.20 17:3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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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정리

올 한 해 남은 지 십여일 남았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고 지친 날들도 있었고 또 다른 날은 새로운 사람과 인연을 맺고 또 새로운 일들이 생기는 반복 속에 일 년을 보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많은 결심을 한다. 다이어트, 금연, 금주, 영어공부 등 새해 아침 굳은 결심을 하게 되는데 반대로 새로운 일의 결심보단 한해를 정리하는 일도 하루쯤 하는 것이 좋다. 침실과 신발정리, 메모지와 노트정리, 책상서랍과 주방정리 등을 통해 새롭게 일을 시작하기 전에 묵은 일을 정리하는 것도 시작하는 일만큼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중 사람과의 관계 정리도 필요하다. 최근 사람들 관계를 정리하는 방법의 하나가 자신의 SNS에 지지하는 정당의 글을 올리거나 싫어하는 대통령 후보 글을 올리면 많은 사람이 친구 끊기가 된다고 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참석하지 않은 동창 모임에도 나가고, 무작위 SNS 친구맺기를 시작하고 클럽이나 모임에 참석해서 명함을 돌리고 홍보를 하게 된다.

장사는 자신이 아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들을 상대해야 한다. 초, 중, 고, 대학교 선후배, SNS 모든 관계의 인원을 합쳐도 만 명이 되지 않을 것이나 장사는 하루에 수백 명이 매일 찾아오게끔 해야 하는 일이니 혈연 학연 지연을 통한 맺음보다는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는 한두 명의 사람이나, 힘들고 즐거웠을 때 언제나 가까이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정리는 쉽지 않다. 구멍난 양말도 버리기 아까울 때가 있고 싸워서 미운 친구의 전화번호도 그대로 저장되어 있다. 하지만 가끔씩은 버림으로서 새롭게 채울 수 있는 버림의 용기가 필요로 한다. 다투었던 친구에게 먼저 차 한 잔 건네며 사과할 용기나 명분이 없다면 잠시는 인연의 끈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으며 당당하게 부탁하거나 안부전화 할 이유가 없는 거래처 사장의 명함이라면 삭제를 해도 괜찮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의 인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장되어 있는 사람에게 편안하게 전화를 걸 수 있는 관계인지가 중요하다. 즉, SNS와 다양한 모임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려 하지 말고, 자신과 생각의 방향이 같은 사람 또는 차 한 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편안한 관계의 사람과 인연을 맺어야 한다.

새로움은 정리에서 시작한다. 커피 한 잔에서 매혹적인 커피향과 다양한 맛으로 즐기는 시간이 행복한 것처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생각에서 좋은 향이 나는 사람이나 행동에서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과 맺는 것은 새해 아침 5kg 뺀다는 다이어트 결심보다 더 중요할 일이며 일 년의 행복이 아닌 평생의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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