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어느 날 오후풍경
진주성-어느 날 오후풍경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2.23 17: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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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성균관 원임부관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성균관 원임부관장-어느 날 오후풍경

코로나 시국이라 사람 만나기도 어렵고 모든 집회가 제한받는 관계로 바쁘던 나날들이 여유가 생겼다. 아내가 운동 겸 산책이라도 하자고 권해 따라 나섰다. 꼭 가야할 목적지도 없고, 꼭 해야 할 일도 없는데 그냥 무작정 나선 셈이다.

집이 신안 강변이니 문밖에만 나오면 남강이다. 드넓은 남강은 가슴을 툭 트이게 하는데, 초봄에 떠났던 오리 두루미 등 철새들이 언제 왔는지 남강을 유유히 떠다니고 있다. 그 중 새끼 오리는 계란 크기만 한 놈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재롱을 부리는데 참 귀엽다. 임진 계사년에 피로 물들었던 한 맺힌 남강이지만 지금은 철새들이 안식처가 되었다. 남강을 따라 내려와 천수교에 이르니 때늦은 유등축제를 시작했지만 코로나가 더욱 심해 도중에 조기종료 했는데 관객이 없는 유등만 외로이 남강을 장식하고 있었다. 옛날 같으면 전국의 관광객이 북적대고 시끌벅적하던 대축제인데, 1년 내내 준비한 공을 생각하니 참 아쉬운 생각이다.

서장대를 지나 북장대로 가는 길옆엔 산죽이 무성했고 한때 산돼지가 출몰했던 곳이었지만 깨끗이 정리를 하고나니 전망이 매우 좋았다. 북장대는 약간 노후하여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건축했는데 날아 갈 듯 지붕이 하늘에 걸려있어 천상의 세계인 듯 매우 웅장하고 아름답다. 중앙시장에 당도하니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조용하고 한산한 편이었다. 추위에 고생하시는 시장 아주머니가 자꾸 오라고 불러 콩나물도 사고, 가오리도 사고 대구도 15,000원 짜리 한 마리 샀다. 장사가 안 되니 모든 물가가 싸고 이익을 생각지 않고 팔려는 마음 같았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북적대는 중앙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간절하다.

등산 가방에 짊어지고 시장을 나와 되돌아오는데 거리에 붕어빵 가게가 있었다. 안에는 팥을 듬뿍 넣고 노랑노랑 꾸어 나오는데 옛날 생각도 나고 매우 맛있어 보여 아내를 졸라 3,000원에 6마리를 샀다. 붕어빵은 식으면 맛이 없기에 빵가게 앞 화단에 걸터앉아 영감 할멈이 3마리씩 나누어 맛있게 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가씨 10명이 우리모습을 보고 맛이 있어보였던지 우루루 붕어빵을 사서 조잘대며 같이 먹었다. 그날 붕어빵 장수는 아마도 우리 때문에 좀 재미를 봤던 것 같다.

오늘 차를 두고 모처럼 산책 겸 걸어 다녀온 중앙시장은 옛 추억도 살리고 추억의 붕어빵도 거리에서 먹어보고 사람 사는 맛을 느꼈던 것 같다. 사람 사는 것이 뭐 별거던가? 권위의식과 체면 때문에 점잖은 체 하느니 그냥 있는 그대로 더불어 사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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