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또 한 해를 보내며
진주성-또 한 해를 보내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2.28 17:2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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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또 한 해를 보내며

요즘도 나의 사무실이 썰렁하다. 사람의 내음이 없어 온기가 없다. 업무나 사무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서 사무실이라기에 어색하고 그렇다고 집필실이라기에도 주제넘고 꾸민 것은 없어도 서른 평이나 되는 공간을 사랑방이라고 해도 까분다고 할 것이다. 현관 입구에는 문학교실이라는 간판은 붙었으나 두서너 사람씩 짝을 지어 일주일에 하루씩 시와 수필을 함께 공부하는 작가 지망생이나 취미 활동가들이 고작이다. 그래도 더러는 문학전문지에 추천도 받고 작품상이나 신인상을 받아 해마다 두세 명씩은 등단이라는 어려운 관문도 통과하며 보람도 있었는데 코로나19의 창궐로 얼굴 맞대기가 조심스러워서 하던 공부도 뒤로 미루었더니 휑한 공간은 서정과 감성의 온도가 식어 오지랖이 서늘하다.

작가인들 날마다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온종일 틀어박혀 쓰는 것도 아니다. 무료한 시간이 덮어버린 나날의 연속이 무기력증으로 전신을 휘감는데 기약 없는 옛 세월로의 원점 회귀는 기대를 말아야 하는가. 한동안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지난달부터 영업시간 제한과 집합 모임 인수도 완화되기에 기다리던 일상으로 돌아가나 하고 반겼는데 코로나19는 틈새를 노리고 있었던지 급속도로 확산하며 델타 말고도 오미크론이라는 변종까지 만들어 질풍노도로 세계를 들쑤시고 있다.

12월 들어 감염위기경보가 심각 상황으로 바뀌면서 완화되었던 규제들을 다시 옥죄었다. 꼬박 2년을 코로나와 격전하고 있다. 지구촌 인류의 대재앙이다. 병상도 다 찼고 의료진도 지쳤다. 그래서 자택치료를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하루 사망자가 100명을 넘나든다. 그런데 코로나와 영원히 함께 가야 할 것 같다니 이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인가. 전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함께 했다. 이제는 그만 함께하고 싶다. 한 해를 보내며 마지막 소원이다. “제발 사라져 다오. 새해에는 다시는 만나지 맙시다” 지금도 이렇게 비는 것이 고작인 ‘나’였다.

마스크 잘 쓰고 백신 잘 맞고 나들이나 집회와 사적 모임까지도 질병청의 지시에 잘 따랐다. 이러면 되는 줄 알았다. 내 한 해의 삶은 사치였다. 허세였고 가식이었고 위선이었다. 수많은 주변 사람의 소리 없는 통곡을 마음 아픈체했을 뿐이고 처절한 몸부림을 위로하는 척만 한 것 같다. 피맺힌 절규에 대답하지 못했다. 발버둥 치는 이들에게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했다. 이게 ‘나’였다는 것이 참으로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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