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새해에 비는 소원
진주성-새해에 비는 소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1.04 17: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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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새해에 비는 소원

탈 많은 한 해여서 힘들었고 말 많은 한 해여서 어지러웠다. 70여년 헌정사에 유례없는 30대 중반이 제1야당 당 대표로 선출되었고 검찰총장으로 임명장을 받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사퇴하여 제1야당 차기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 경제부총리가 그랬고 감사원장이 그랬다. 집권당 후보도 현 정권과 선을 긋고 나섰다. 난세다. 난세에 영웅 난다고 했으니 제발 새해는 영웅 같은 지도자가 선택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코로나19와의 혈투에서 우리가 졌다. 백신으로의 방어에도 돌파당하고 변종 오미크론의 역습을 받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잠시 멈칫했을 뿐 곳곳에서 억장 무너지는 소리가 들불같이 번진다. 간절한 소원을 천지신명께 빌어본다.

지쳐가는 의료진들에게 더한 힘을 주시고 종사자들에게도 활력을 주시고, 작은 오판이나 오류에도 피눈물을 흘려야 하는 소시민들을 위해 정부가 시행착오 없도록 선견지명을 주시고, 코로나19를 끼고 살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한 방에 끝낼 수 있는 새로운 백신이 나오게 해주시고, ‘꼴깍’ 하고 한 번만 삼키면 완쾌되는 치료약이 나오게 해주시고, 백신도 치료약도 제발 뒤끝이 아무 탈 없게 해주십시오.

거리마다 ‘점포세’라는 딱지가 아닌 ‘종업원 구함’이라는 딱지가 붙게 해주시고 임대인의 달력은 더디게 넘어가고 세입자의 달력은 빨리 넘어갔는데 새해부터는 뒤바뀐 속도로 넘어가기를 빕니다. 아래 위층에서 개 짖는 소리가 아닌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게 해주시고 소공원에도 개가 아닌 아이들이 많이 뛰놀게 해주시고, 유모차마다 개가 아닌 아기가 얼굴을 내밀게 해주십시오. 정치인이나 고위직 인사들이 늘 서 왔던 수사관청의 포토라인이 없어지고 연구소원이나 개발자들이 서는 근무지의 포토라인이 많이 생겨나게 해주시고, 구치소는 언제나 썰렁하고 공연장은 언제나 빼곡하게 해주십시오.

어린이들이 그리는 사생대회에 하늘이 회색이 아니고 강물은 검정이 아닌 파란색으로 칠하게 해주시고 수도꼭지에 입대고 물 마시게 해주시고 개울에서 멱 감고 송사리 잡게 해주십시오. 소방차도 구급차도 사이렌 울릴 일이 없게 해주시고 시장 골목이 인파로 넘쳐나게 해주시고, 제발 앞선 사람과 뒷선 사람의 거리를 좁혀주시고 구직광고보다 구인광고가 더 빼곡하게 해주시고 젊은이들이 이력서를 거듭 쓰지 않게 해주십시오. 내년에는 이와 같은 소원 빌지 않기를 간절하게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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