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유마거사(維摩居士)
진주성-유마거사(維摩居士)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1.09 17:10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유마거사(維摩居士)

출가를 하지 않고 집에서 불도를 수행하는 남자를 ‘거사(居士)’라고 한다. 불교 교단의 구성원을 사부대중이라 할 때 이들 중에서 남자신도를 우바새라 부르는데, 거사는 단순한 우바새가 아니라 학문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진, 그러면서도 신심과 수행이 굳건하고 교단의 운영과 발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거나 후원하는 이를 존칭하는 호칭이다.

불교 역사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거사들이 출현하여 세상의 어둠을 밝히고자 했다. 거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세상의 평화가 완성되길 희구했다. 한마디로 불교라는 종교의 정체성을 온전하게 유지하면서도 사회의 발전과 보편적 가치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거사인 것이다.

거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유마(維摩)거사’이다. 유마거사는 “중생이 아프기 때문에 나도 아프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분이다. 중생이 아프면 함께 아파하고, 중생이 병들면 그들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 보살의 근본이라는 유마거사의 설법은 거사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유마거사는 모든 생명이 아프므로 나도 아프다고 말하며 병에 걸린다. 유마거사는 거짓으로 아픈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아파한다. 아픈 자만이 아파하는 사람의 아픔과 괴로움을 안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중생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짊어지는 그의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위대한 사랑은 다른 사람의 고통에서 자신의 고통을 읽는 아픔과 같은 것이다.

동체대비는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중요한 것 중의 하나다. 동체대비는 내면 깊이 잠재한 마음을 어렵고 약한 자를 생각하는 것이며, 자비로 사랑하는 것 또한 권유나 강조가 아니라 조건 없는 나눔을 의미한다. 부처님께서 팔정도를 정하시면서 보시를 으뜸으로 하신 것도 그 때문이다. 보시란 물질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하기 때문에 고해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생들의 텅 빈 가슴을 채워주는 사랑과 아픔을 나누는 것이다.

유마거사는 중생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먼저 살피고, 분별을 떠나 아픈 사람의 마음으로 깊숙이 들어가 중생을 보듬어 안았다. 대선을 앞두고 온통 정치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다. 후보 저마다 나라와 국민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선후보들과 정치인들이 유마거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