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명절 스트레스
아침을 열며-명절 스트레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2.03 16:4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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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
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명절 스트레스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해’를 맞이한 지도 벌써 두 달이 되었고, 음력 설날을 엊그제 맞았다. 정부 방역 당국에서는 5일간의 설 연휴를 기존 코로나19와 우세종(優勢種)이라고 일컫는 오미크론(omicron)의 확산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지만 어제 2월 2일 00:00 기준으로 확진자 최대 2만270명을 넘었다. 최근 일주일 사이의 확진자만도 1만4000명에서 2만 명대로 급속 증가하고 있다. 그토록 방역지침을 지켜달라고,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읍소(泣訴)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간의 만남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라 안타까운 심정이다.

연휴 후 증가될 확진자는 어찌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주로 고향에 홀로 계신 부모님은 3차 접종까지 다 맞았으니 걱정하지 말고 오라하지만 자식들의 입장도 난감했을 것이다. 필자 역시 고민 끝에 오겠다는 가족들을 어찌 막을 수 있었겠는가! 단지 6인이라는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서 시차를 두고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덕분에 평생 처음으로 명절(名節) 전날까지 한가한 시간을 가지게 되어 스크린골프장을 찾게 되었는데 의외로 그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보면서 새삼 달라진 현실을 보게 되었다.

최근 매스컴(KBS. 2022. 1.28 기사)을 통해 퇴계 이황 선생 종가의 설 차례상을 엿볼 수 있었는데 간소하기 그지없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주자가례(제례문화 지침서)에 따르면 ‘설날은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기 위해 간단한 제수를 진설(陳設)하고 예를 갖추는 일종의 의식이다. 그래서 설날과 추석에는 제사를 지낸다고 하지 않고 차례(茶禮)를 올린다고 한다. 주자가례(朱子家禮)에서는 설 차례상에 술 한 잔, 차 한 잔, 과일 한 쟁반 등 3가지 음식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다고 했다’ 이 얼마나 간소한 명절 차례상인가? 퇴계 이황 선생이 누구인가? 조선시대 최고 유학자가 아닌가? 그들의 후손 종가(宗家)에서 올리는 차례상이 술과 떡국, 포와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수많은 딸과 며느리들의 고단했던 삶에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아직도 부쳐야 할 전(煎)으로 가득 찬 대야를 바라보면서 한숨짓는 며느리들의 아우성이 들리기 때문이다. 조상을 잘 모셔야 한다, 제사를 잘 모셔야 집안과 자식이 잘된다는 연유에서 비롯된 제례문화지만 위의 퇴계 이황 종가의 차례상을 본 받아서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한 두 가지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 음식의 간소화다. 명절을 통해서 그간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의 만남과 돌아가신 분들과의 소중했던 추억을 기리는 자리면 무슨 음식인들 어떤가? 그래도 굳이 제사상을 차려야 한다면 생전 고인이 좋아하셨던 몇 가지 음식이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고인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기제사(忌祭祀)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아마도 살아계신 부모님 특히, 작금(昨今)의 어머님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당신이 살아있을 때는 이렇게 지낼 테니 알아서 하란다. 그렇지만 해마다 음식의 가짓수나 양을 줄이는 묘안은 있다. 추운 설날 음식은 그나마 괜찮지만 추석 음식은 그때부터 상하기 일쑤이니 특히 더 줄이자고 설득을 해보는 게 좋겠다. 또한 음식을 나눠서 준비해 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오가는 곳이 가깝다면 각자의 집에서 요리를 하고 모여서 음식을 즐기자는 것이다. 온갖 음식 냄새에 찌들어서 제대로 맛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명절다운 명절을 보내자는 것이다.

둘째, 전주(前週)나 후주(後週)에 명절을 보내자는 것이다. 멀리 살아본 사람은 무조건 찬성이다. 오가는 길에서 몇 시간씩 시간 보내면 누구나 짜증이 난다. 코로나 시대인 지금은 휴게소 들리기도 조심스럽다. 그러니 대체로 한가한 시간을 선택해서 오가는 길에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자는 것이다.

명절은 모두의 명절이 되어야 한다. 더 이상 ‘명절 스트레스’란 말이 안 나왔으면 한다. 이는 어머니들과 아들들의 성찰이 있어야 행복하고 즐거운 명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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