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옥/주식농부 스마트인컵 대표
2012년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는 대선과 맞물려 있는 경제민주화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년에도 경제민주화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논쟁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대다수 국민들은 있는 줄도 몰랐던 헌법 119조의 경제민주화 조항은 양극화에 대한 불만에 재벌 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입이 겹쳐지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여야의 대통령 후보들도 재벌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재벌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들에게도 좋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진리는 정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세계의 기업들을 상대로 경쟁해야 할 대기업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장악하는 데 맛을 들이면 결국 전체 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기업의 운명은 불 보듯 빤하다.
최근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와중에 기업의 저축은 대폭 늘어났다. 2004년 말 우리나라의 가계저축 비중은 23.8%였고 기업저축 비중은 46.7%였던 것이 2011년 말에는 각각 13.4%, 62.8%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진 원인도 없지 않지만 기업들이 유보금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배당금 지급을 통해 순환되어야 할 자금이 기업에 묶여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행태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와 감사제도는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보금을 과도하게 쌓아두는 행태는 적정유보초과세의 도입으로 견제할 수 있다. 기업 이익에서 투자나 법정준비금, 차입금 등 소요자금을 제외하고는 모두 배당하라는 취지의 제도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초과된 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상장회사 주가가 순자산가치 이하일 경우에는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상속․증여세를 납부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대주주가 상속·증여세를 적게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주주총회의 안건에 대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거나 홈트레이딩시스템 등을 활용해 의결권의 위임을 손쉽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나는 적절한 때에, 적절한 전략을 실행해 승리한 기업과 개인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기본이다. 그러나 승자독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승자독식은 결국 모두를 패자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승자독식을 넘어 강자독식 현상이 지배적인 것 같다. 강한 경제력을 가진 집단 혹은 개인이 압도적으로 많은 부를 챙겨간다. 이와 같은 현상을 막는 것이 경제에서의 민주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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