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장유유서(長幼有序)
진주성-장유유서(長幼有序)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2.24 17:23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장유유서(長幼有序)

오륜(五倫) 중의 하나인 이 말은 어른과 아이, 즉 상하의 질서와 순서가 흔들리지 않고 반듯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삼강오륜을 만들어 올바른 규범으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였기에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칭송을 들으며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서양문물과 현대화라는 물결에 휩쓸려 우리의 전통 예절교육이나 유교교육이 소홀해지는 현실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조상 대대로 전래해 온 전통예절과 도덕규범은 그대로 우리의 생활에 접목되어 이어져 오고 있다.

필자가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재학 중 한문학과 교수님들은 대부분 필자보다 나이가 적은 스승들이었다. 가끔 함께 등산을 다니곤 했는데, 산을 오르며 옹달샘을 만났을 때 먼저 도착한 교수님이 샘물을 떠서 꼭 필자에게 먼저 권하고 마신 뒤에 드시는 모습을 보았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산(山)에서는 벼슬이나 높은 직책에 관계없이 나이가 우선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수 년 전 모 전문대 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글에, ‘공자의 사상은 폐기처분할 때가 되었다. 인사도 꼭 아이들이 어른에게 먼저 할 것이 아니고 어른이라도 먼저 본 사람이 하면 되고, 찬 물도 목마른 사람이 먼저 먹으면 되지 꼭 어른이 먼저마신 뒤에 마셔야 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다’라고 비판하였다. 어찌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이런 교수가 대학 강단에 있는 한 장유유서는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다.

오늘날 진주시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행사장에 가 보면 테이프 커팅 때나 기념사진 촬영 때,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려는 무언의 쟁탈전을 볼 수 있다. 시장님이나 시의회 의장님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각종 단체장, 젊고 출세하신(?) 분들은 초심을 잃지 말고 좀 겸손했으면 좋겠다.

이런 현실에서도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언젠가 행사장에서 젊은 여자의원이 나이 많은 분을 발견하고는 가운데 섰던 자기 자리로 한사코 모셔놓고 자기는 바깥쪽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강묘영 의원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참 보기 드문 매우 신선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나이 많은 사람을 챙기지 않는다고 서운해서가 결코 아니다. 이는 우리의 장유유서고 미풍양속이기 때문이다. 가운데 서봐야 잠깐 몇 초 동안으로 별 것 아니고 신문에 나와 봐야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일인데 왜 그리 모두들 앞뒤 구분 없이 나서기를 좋아할까? 자세를 낮추고 겸손하다면 호평을 받을 것이고, 잘난 체 뽐내다가는 오히려 누(累)가 되는 것은 만고의 진리인 것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