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코로나가 원수다대동강이 풀린다는 우수도 지나고, 내일이면 땅속에서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나온다는 경칩(驚蟄)이다. 예전 같으면 새 희망과 새 꿈에 활기가 넘치는 완연한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으니 그놈의 코로나 때문이다.
필자가 소속된 진주노인대학은 9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청춘들 못지않게 왕성한 활동에, 활력과 생기가 넘치던 전당이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이 어른들은 진주에서 출발하여 설악산에 도착할 때까지 한참을 안 쉬고 뛰었다. 추억의 소야곡, 비 내리는 고모령, 울며 헤진 부산항, 울고 넘는 박달재, 용두산 엘레지 등 노래라는 노래는 다 나왔다. 80노인들이 무슨 기운이 그리 좋은지 감탄할 일이었다. 설악산에 도착하여 숙소를 배정하고 나니 “우리가 잠 자로 왔나. 노래방가자” 노래방에서 10시가 넘도록 신나게 놀았다.
다음날 아침, 필자는 아마 ‘반쯤은 탈이 났을 것’이라 예측했으나, 기사님이 케이블카를 타려면 늦게 가면 대기시간이 길다고 일찍 서두르라 해서 일찍 나섰는데 한 사람 낙오 없이 정한시간에 집결되었다. 모두 함께 무사히 케이블카를 타고 늦은 단풍구경을 하고 돌아오는데, 또다시 설악산에서 진주에 도착할 때까지 쉴 사이 없이 신나게 뛰고 놀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 기운이 진주노인대학생들의 저력이다.
졸업여행을 다녀와서 졸업식과 방학이 있었는데, 필자는 “학생 여러분! 아쉬운 방학이지만 추운 겨울철에 모두들 건강하시고, 꽃피고 새우는 명년 춘삼월에 다시 만납시다” 하고 작별했는데 고놈의 코로나 때문에 꽃피고 새우는 춘삼월이 세 번째 닥쳤으나 개학을 못하고 시계바늘이 멈추었다. 더러는 전화로 “학장님 뭐하고 있소? 갑갑해 죽겄는디” 사정은 다 알고 있지만 그 혈기왕성하던 노인대학생들이 자꾸만 나이는 들어가는데 꼼짝을 못하고 있으니 이놈의 코로나가 참으로 원수가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