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자존심
진주성-자존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3.07 17: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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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자존심

2015년 4번째 매장을 오픈했는데 원하는 만큼의 매출이 나오지 않았다. 급한 대로 홍보 전단지를 인쇄해서 직원과 아침에 학교 정문에서 나눠보자고 제안을 하니 그 일은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쓰고 그 알바비는 자신이 내겠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학교 정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과 교직원에게 나눠주고 남는 시간은 동네를 돌면서 자동차 운전석 유리창에 꽂는 일을 운동 삼아 한 달 가량을 했었다. 홍보 후 매장 매출은 증가해서 옆 매장을 추가로 임대해야 했었고 직원은 그만 두고 다른 곳으로 갔다.

경영이 어려운 카페 컨설팅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사장은 과거의 삶으로 미래의 환상과 이상만을 기대하고 현실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한때는 잘 나가는 사람이었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커피숍 사장이 되었는데 장사 안 된다고 전단지 뿌리는 일은 쪽팔려서 못하겠다’는 뜻이다.

찌라시를 돌릴 때 직원은 갈등했을 것이다. 나름 취업을 했는데 고작 찌라시 돌리는 일이나 해야 한다는 남의 눈을 의식해서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지만 그 자존심 때문에 더 큰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코로나가 시작되어 진주에 한 두 명의 확진자가 나올 때 매출은 급락하였고 직원들 월급뿐만 아니라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심적 고통이 엄청났었다. 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이 곳 저 곳 자금을 빌리기 위해 전화하고 찾아갈 때 부끄러움보다는 살기 위해 어려운 부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장사하려거든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이 분명히 있는데, 장사 못 하는 사람은 버려야 할 것을 취하고, 취해야 할 것을 버리는 반대의 일을 하기 때문이다. 장사를 시작한다면 버려야 할 것은 장사하기 전에 가졌던 명예, 직위, 자존심이고, 취해야 할 것은 새로운 것에 관한 공부, 학습, 틀림이 아닌 다름에 대한 넓은 이해도다.

가족이 배고파하면 양반도 갓 벗어 던지고 허리 굽혀 밭일해야 하듯, 한때 잘 나갔더라도 은행으로부터의 독촉과 줄어드는 매출이 있다면 지난 과거는 접고 당장 아침 일찍부터 홍보 전단지라도 돌릴 마음의 각오가 되어야 한다. 바닥까지 내려놓은 자존심이라면 올라갈 일만 남게 되는데 전단지 돌릴 각오가 되었다면 매출 상승은 100% 확실해진다.

요즘은 SNS 홍보는 더 많은 인원에게 홍보하고 원하는 타겟과 지역을 선택할 수 있어 하루아침 전단지 돌릴 2시간 동안 집에서 한다면 결코 장사가 안 될 이유가 없다. 장사가 안 되는 이유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데로부터 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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