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매화(梅花)
진주성-매화(梅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3.13 16:5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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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매화(梅花)

우수 경칩이 지나고 곧 춘분이 다가온다. 춘분이 코앞인데도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 한기를 느끼게 되지만 그래도 낮이 되면 봄의 기운들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봄소식은 매화의 개화와 함께 전해진다. 섬진강 남쪽마을과 진주 내동의 매화 군락지에는 하얗고 붉은 매화들이 멋드러지게 피어 찾는 이들에게 눈 호강을 시켜주고 있다는 소식이다.

매화가 활짝 피어 하얀 자태를 뽐내면서 바야흐로 봄은 우리 곁에 벌써 와 있고 그렇게 봄날은 시작된 것이다. 조만간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하듯 우리 곁을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날씨로는 완연한 봄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이한 것이다. 봄은 만 가지 꽃이 다투어 피어 가슴을 설레게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생동하는 힘을 가질 수 있게 기운을 북돋아 준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은 매화다. 진주에도 야산이고 아파트 단지고 할 것 없이 새하얗고 붉은 매화 봉오리가 터졌다. 매화는 살에 닿는 바람 여전히 차갑고 때 없이 잔설 흩날리는 이른 봄 피어나 춥고 긴 겨울이 지나갔음을 알린다. 이 때문에 매화는 충절 혹은 역경을 이기는 강건한 정신의 표상이자 회춘(回春)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매화를 상징하는 말 중에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는 매화는 일생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뜻이다. 매화는 지조와 절개의 꽃이요, 선비의 상징이다. 눈 속에서 꽃을 피우고 은은한 향기를 가득 채우지만 결코 기품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매화는 세찬 눈보라 속에서 꽃과 향, 그 진가를 드러내어 옛부터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아 왔다. 특히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는 꽃과 더불어 은은하게 배어나는 향기로 더욱 사랑을 받아왔다.

매화 향기는 ‘암향부동(暗香浮動)’이라고 한다. 암향부동은 매화의 향기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윽한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은근한 느낌이 있는 분위기를 가리킨다. 고결함과 기품, 인내라는 꽃말처럼 꽃은 화사하지만 요란하지 않고 향기는 은은하되 그윽하다. 매화는 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열매인 매실은 건강식품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언제 끝날지가 모를 코로나19 때문에 매우 어지럽다. 이 혼탁한 세태를 잠시나마 잊고 맑고 은은하면서도 고매한 기품을 잃지 않는 매화의 향과 자태에 빠져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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