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상사 꽃이 되고 싶다
기고-세상사 꽃이 되고 싶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4.11 17: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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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령/마산회원구 북성로 178번지 아세아에포스 1층 주당포럼
김가령/마산회원구 북성로 178번지 아세아에포스 1층 주당포럼-세상사 꽃이 되고 싶다

봄꽃이 산천에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서로 경쟁하듯이 아름다운 자태를 들어내 보인다.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피어오르고 꽃망울을 터뜨린다. 길가고 들이고 산이고 꽃이 없는 곳이 없다. 온 천지가 꽃이다. 너무나 좋다. 봄은 유난히 꽃의 잔치로 충만하다.

산수유, 매화, 개나리, 목련, 싸리꽃, 벚꽃, 진달래, 복사꽃, 민들레, 동백꽃 등등 흐드러지게 피었다. 일기 고르고 적당한 비가 내린 탓이리라. 태양도 찬란하고 꽃이 만개하기에 최고의 조건이었다.

꽃은 우리 인간에게 한없는 기쁨과 행복을 안겨준다. 꽃을 보고 화내고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꽃동산과 꽃길을 달리면 무한한 찬탄이 쏟아져 나온다. 화사한 꽃들이 다가옴으로 우린 정말 행복하다. 자연과 야외에 나와 길을 걸으며, 신작로를 달리며, 산 속을 거닐며 피어나는 꽃들을 보고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다.

철따라 꽃이 핀다는 것은 위대한 예술가의 선물이다. 어떻게 조물주는 한 날, 한 시에 그 많은 꽃들이 일제히 약속한 듯 피어나게 하실까! 지역 따라 꽃 피는 시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어떻게 다양한 식물과 꽃들이 일제히 피어날까?

창원 진해구 장복산 벚꽃길, 하동 쌍계사의 벚꽃길, 구례 섬진강을 끼고 달리는 천변의 벚꽃들. 이 봄을 만끽하면서 새삼스레 이 봄이 살아 있음을 감사하고 감사했다.

화사한 목련의 눈부신 자태들, 봄에만 피는 온갖 봄꽃들의 아름다움과 향기의 향연, 깨알같이 붙은 싸리나무의 꽃들, 이런 꽃만이 아니다. 길가에, 아파트 베란다에, 손바닥만한 뜰에, 돌층계 틈에서도 작은 꽃이 핀다. 그리고 크고 작고 꽃잎의 모양도 색깔도 꽃 한 송이가 너무나 신비롭고 아름답다.

“와! 정말 멋지구나! 내가 가꾼 산야가 어느 것 하나 특별하고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없구나! 저 다양한 모습과 색갈이 대조를 이루는 아름다움이라니! 정말 멋지다. 내가 봐도 아름답구나! 너희들 모두 사랑스럽구나!”

봄꽃이 만개한 이 봄에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우리 산야에 이름 모를 봄꽃이 그리 많은지 몰랐다. 그 도감에 3~6월 사이 봄에만 피는 꽃이 210여종이나 나와 있었다. 자연에 누구나 평범한 꽃들을 볼 수 있는 곳에 피어났다.

어떤 잡초라 할지라도 어떤 인간의 언어로 다 그 경이로움과 사랑스러움을 표현하기 부족하다. 누구나 어디서나 볼 수 있게 피게 하시는 배려가 놀랍다. 꽃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꽃은 인류에게 보내신 큰 선물이다. 사랑이 피어나는 꽃봉우리마다, 돋아나는 풀잎마다 기록되어 있다. 꽃들은 향기를 발산하고 그 아름다움을 펴서 세상에 복을 끼친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위안과 기쁨을 누리라’는 소리를 듣는다.

우리 삶의 현장에서 우리는 향기를 발산하는 존재다. 삶 자체가 향기다. 향기는 꽃의 사명이다.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가 사람을 부르고 곤충을 끌어들인다. 우린 이웃들에게 꽃이 되어 그들을 즐겁게 할 사명이 있다.

시인 김춘수의 ‘꽃’이란 시가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누가 나의 이름을/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나는 너에게/너는 나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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