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단상, 긴 여운
아침을 열며-단상, 긴 여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4.24 17:2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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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
김성삼/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단상, 긴 여운

여행계획은 마음을 설레게 하고 기다려진다. 게다가 일정이 확정되고 일자가 다가오면 생활의 활력소이자 원동력이기 되기도 한다. ‘여행’과 ‘외출’ 두 단어가 주는 의미의 구분과 경계선은 모호하다. 숙박 여부, 관광지 및 타지 방문 등 각자 단어에 대한 느낌, 기준과 주관 등 감정의 차이가 다양하므로 뚜렷하게 구분은 어려운 것 같다.

여행 기간에는 여행지의 일상과 현실에 충실하므로, 여행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과 추억의 감정은 여행 전후 훨씬 강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일상에서 걷기운동이나 도보여행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 필자 또한 일과 이후 학교 옆 강변에서 운동 삼아 걸을 때 운동과 더불어 일과 반성과 정리, 내일 계획 등 걸음으로 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정리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내는 뚜벅이 생활의 영향인지 실내운동보다 걷기운동을 더 좋아한다.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파워워킹의 운동 효과를 나름 체험한 상태이다. 파워워킹은 일반 걷기와 달리기의 단점을 보완해 만든 운동이다. 일반 워킹이 체지방 소모율이 높은 반면 운동 강도가 약해 체력이나 근력 강화에 부족하다면, 시속 6~8km로 걷는 파워워킹은 심폐지구력을 유지시키고 달리기처럼 많은 양의 칼로리를 소모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보폭을 크게 해서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빠른 발걸음으로 속도를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연초 기념일과 방학 기간을 맞이하여 아내와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관광명소, 유명 맛집 방문도 좋지만 아내의 제안으로 제주도 둘레길 코스인 ‘올레길’ 구간을 걷는 계획을 세웠다. ‘올레’는 대로에서 집을 연결하는 골목을 의미하는 제주어다. 폭 2미터를 넘지 않을 정도로 그다지 넓지 않은, 소 한 마리가 드나들 정도의 너비이다. 올레길은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관리하는 걸어서 여행하는 이들을 위해 우도, 가파도, 추자도를 포함하여 제주도를 한 바퀴 연결한 걷기 좋은 둘레길이다. 총연장 약 425km, 26코스로 모두 완주하려면 부지런히 걷기만 했을 때 보통 3주 정도 걸린다.

엄밀히 말해 제주올레는 사전적 의미의 올레는 아니다. 걷는 여행이라는 취지에 맞게 개발된 길로 마을길, 해안도로, 숲속 오솔길 등 다양한 길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주올레라는 말에는 ‘제주에 올래?’라는 초대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한다.

제주올레 패스포트는 제주올레 여행자를 위한 여권 크기의 여행증명서이다. 각 코스를 상징하는 스탬프가 담긴 간세 모양의 스탬프 박스는 시작점, 중간지점, 종점에 설치되어있다. 아내도 여행증명과 기념 스탬프를 찍기 위해 공항 도착 후 구입하였다. 여행 첫 날은 이른 일정이었지만 항공편 출발, 도착 수속, 차량 렌트 등으로 올레길 여행 일정이 여의치 않을 것 같아서 관광지 방문과 감귤 농장 체험으로 제주도 여행 기분을 내었다. 둘째 날부터 해안을 두루 볼 수 있는 총 길이 13km의 15B 코스(한림항-고내포구)로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시작점에서는 경험이 있는지 올레길 표지 배지를 배낭에 부착한 다른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셋째 날은 바다와 오름, 마을, 밭, 숲길 등을 볼 수 있는 19.4km의 19코스(조천-김녕올레)를 선택하였다. 올레길 구간동안 관광명소, 해안가 풍경을 비롯해 양배추, 제주 돌담, 담장 위 다육 등 계절을 떠나 제주의 자연과 일상의 풍경을 오롯이 느끼고 즐기며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운치 있는 여행길이었다. 각각 시작점, 중간지점 종점 스탬프와 함께 기념촬영으로 올레길 두 구간 완주를 마무리하였다. 특히 트레킹 중 ‘올레길 19코스 마지막 편의점’ 문구를 보고 반신반의 속 들려 컵라면과 간식을 먹지 않았다면 허기지고 지쳐서 완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틀 동안 아내와 필자는 주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어 길을 걷는 내내 팔랑이며 제주의 바다를 상징하는 파랑색과 감귤을 상징하는 주황색 리본 두 가닥과 정방향, 역방향을 표시하는 화살표에만 집중해 상업성 관광지와 무관한 제주도의 일상적인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었다. 비록 올레길 여러 코스를 완주하기에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틀간의 트레킹은 부부간의 많은 대화와 계획, 희망 등 다음 일정을 기대하게 하는 긴 여운을 남기는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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