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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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07 12: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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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교무처장-모십니다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건 없다.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우리는 술자리에서 조차 함부로 말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간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대통령을 직접 뽑는 제도가 정착된 시기도 1987년 6·29선언으로 겨우 이뤄졌다. 전 세계가 한류로 들썩이는 요즈음 그냥 온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이 다큐멘터리 영화 ‘아치의 노래’에 나온다.

요즘 상영되는 영화 ‘아치의 노래’는 가수 정태춘 박은옥의 삶과 노래를 다큐의 형식을 빌려 보여준다. 한편의 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영화에서는 계속 음악을 들려준다. 1978년 정태춘의 첫 앨범 ‘시인의 마을’이 나왔다. 그 노래에 나오는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라는 가사를 당시에는 ‘나는 자연의 친구, 생명의 친구’로 불렀단다. 지금 젊은 친구들은 상상할 수 없겠지만 그때는 자유가 모토인 문화예술에 사전검열이 있던 시대였다. 고독이나 방황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부르면 안 되는 가사였기에 바꿔 부르게 했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인 노래 ‘아! 대한민국’은 1983년 건전가요로 나와서 1986년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그해에는 모든 방송이 그 노래만을 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91년 정태춘은 사전검열을 거부하며 비합법음반을 만든다. 카세트로만 만들어진 ‘아, 대한민국…’은 같은 제목이지만 다른 노래로 ‘기름진 음식과 술이 넘치는 이 땅,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싸우다가 쫓겨난 힘없는 공순이들은 말고, 하룻밤 향락의 화대로 일천만원씩이나 뿌려대는 저 재벌의 아들과 함께 우린 모두 풍요롭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만족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이 음반은 사전심의제가 폐지되고 1996년에 비로소 앨범으로 나온다. 한류는 그냥 온 것이 아니다. 사전검열제가 존재했다면 영화 ‘오징어게임’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요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중장년층에서 한창 인기다. 제주도 사투리가 그대로 나와서 더 반갑고 구질구질해 보일 수 있지만 찌질 하기도 한 우리들의 이야기와 감정이 그대로 녹아있어 공감이 간다. 대표 삽입곡이 ‘위스키 온 더 락’의 가사처럼 ‘아름다운 것도 즐겁다는 것도 모두 다 욕심일 뿐, 다만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워서 하는 얘기’라는 가사에서 무릎이 쳐진다. 현실이 우울하고 힘들면 그 상황을 이겨내려 하기 보다 외면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래도 세상에는 굴하지 않고 정면에 서서 응시하는 이들이 있어 우리의 감각을 일깨운다. 정태춘 선생은 힘들었지만 우리는 그 덕에 정말 ‘자유’를 누리고 있다.

때로 분노도 슬픔도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수라의 대한민국처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라고 할 수 있는 부류는 일부지만 모두가 그렇게 되도록 기운을 내 보는 것이다.

6월 1일은 지방선거일이다. 지역의 일꾼을 뽑아야 하는데 ‘나라를 팔아도’라는 이들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남은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지방자치제는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구조를 말한다. 끼리끼리 해 먹는 구조가 아니다. 중앙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능력 있고 주민들과 잘 소통하면서 중앙정부에 할 말은 하는 이들이 뽑혀지기를 바란다.

그러고 나면 어느 편에 섰던 지리산 자락으로 오시라! 6월 11일 하동군 화개면 다향 문화센터 야외무대에서 가수 김반장과 김세형의 ‘생기복덕’과 함께 노래‘모십니다’로 사상이나 이념에 대한 사전 검열 없이 주어진 자유를 느끼는 시간이 되도록 판을 펼치려고 한다. 자신이 어느 위치든, 얼마만큼 가졌든, 상관없이 정말 자유를 꿈꾸는 이들이 모여 한바탕 신명나게 놀면서 서로를 모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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