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창시자 이상옥 교수 “디카시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새로운 양식”
디카시 창시자 이상옥 교수 “디카시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새로운 양식”
  • 강미영기자
  • 승인 2022.06.06 16:14
  • 1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활동…한국디카시인협회 경남지부 창립
디카시는 시의 카테고리를 확장한 디지털 시대의 멀티 언어 예술
2023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디카시문학상 문학계 새로운 반향
이상옥 시인은 “디카시는 멀티 언어 예술로 시의 카테고리를 확장한 새로운 시의 양식이다”고 말했다. /이용규기자
이상옥 시인은 “디카시는 멀티 언어 예술로 시의 카테고리를 확장한 새로운 시의 양식이다”고 말했다. /이용규기자

“디카시가 개인의 실험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발전하게 된 것은 디지털카메라, 컴퓨터, 인터넷 등이 손안에 들어오는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한 데 기인한다.”


이상옥 시인은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인 ‘디카시’의 창시자라고 불린다. 이 시인은 보급형 디지털카메라 출시와 동시에 뉴미디어 시대의 등장이 현실화했음을 읽어냈다. 당시 경남에서 유일한 문예창작과 시론 교수였던 그는 디지털 시대에 맞춰 시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험과 모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시인은 인터넷 한국문학도서관 이상옥 개인 서재 연재 코너에서 2004년 4월부터 6월까지 50편의 다카시를 연재하고 최초의 디카시집 ‘고성가도’를 출간하면서 경남 고성을 중심으로 디카시 지역 문예 운동을 펼쳤다. 이후 문예 운동을 주도하기 위한 디카시문예콘텐츠 연구소가 창립됐다. 이는 오늘날의 한국디카시연구소로 확장·발전하게 됐다.

그는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와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으면서 장르를 부흥하기 위한 만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디카시 운동을 하나의 양식으로 정립하고 확산시키려는 이러한 시도가 높은 평가를 받으며 최근 제32회 편운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1월부터 베트남 메콩 대학교에서 한국어 전공 교수직을 맡은 이 시인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함께 가르치면서 디카시의 세계화에도 발을 뻗고 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디카시의 창시자인 이상옥 시인. /이용규기자
인터뷰를 하고 있는 디카시의 창시자인 이상옥 시인. /이용규기자

-이상옥 시인 노력의 결과로 디카시가 많은 문학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 현재 한국 문학계에서 디카시의 위치와 디카시 발전을 위한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디카시는 2016년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새로운 문학 용어로 등재된 이후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되고 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도 하나의 시 장르로 가르치고 있다. 또한, 고성국제디카시페스티벌이 올해로 제15회째 열리며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디카시 공모전, 황순원 디카시 공모전, 이형기 디카시 신인문학상 공모전 등 지자체와 문화단체 공모전이 활발히 열리고 있으며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한국디카시연구소가 디카시문예운동을 주도하면서 2019년 한국디카시인협회가 창립하면서 디카시는 남녀노소 누구나 창작하는 시 놀이적 성격의 생활 문학에서 본격문학으로 자리를 잡고 K-리터러처로서의 문학 한류로 부상하고 있다.

디카시는 한국디카시연구소의 기획을 넘어서 스스로 자생력을 지니면서 지평을 넓혀가는 중이다. 디지털 환경 자체를 시 쓰기의 도구로 활용하는 디카시는 멀티 언어 예술로 시의 카테고리를 확장한 새로운 시의 양식이다.

그만큼 디카시가 디지털 시대의 산물로서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새로운 양식으로 등장한 것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경남도민신문 또한 디카시의 문학적 중요성에 공감하며 ‘2023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를 시작하고 일간지 사상 처음으로 시와 더불어 디카시를 공모 부문에 도입했다.

▲다카시는 언어 예술로서의 전통적 의미의 시의 카테고리를 확장한 멀티 언어 예술로서의 새로운 시이다. 시이면서도 시가 아니고 시가 아니면서도 시가 되는 역설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사진을 대상으로 시를 쓰는 브레히트 류의 사진 시가 있었지만 디카시는 디지털 환경 자체를 시 쓰기의 도구로 활용하며 디지털 정신을 반영하는 새로운 시다. 전통적인 시와 다르지만 동양시학의 제화시나 서양 시학의 구체시를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양식으로 자리를 잡은 시의 범주에 속한다.

이런 점에서 경남도민신문이 일간지 최초로 시와 디카시를 대등한 기준으로 삼아 신춘문예 공모를 하는 것은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라 하겠다.

-또한 한국디카시학에서도 1000만원 고료의 디카시문학상을 제정해 디카시 발전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러한 도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디카시 전문지 《디카시 마니아》는 2006년 창간돼 계간 《디카시》로 발전해 현재 유수의 시인들에게 발표 지면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시와 경계》, 《시와 편견》, 《시와 반시》, 《쿨투라》 등의 정통 문예지에서도 디카시 작품을 수록하고, 최근 웹진 《시인광장》에서도 디카시를 수록할 만큼 발표 지면이 확장되는 가운데 디카시 전문지 《한국디카시학》의 창간은 본격 예술로서의 디카시의 새 지평이라 하겠다.

시단의 신뢰를 받는 시인들의 디카 시집이 속속 출간되고 본격 예술로서의 디카시가 많은 시인에 의해 창작되며 그들 작품에 대한 비평작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시기에 맞춰 디카시문학상을 제정한 것은 디카 시단에 또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와 디카시문학상이 문학계의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길 바란다.

지난 5월 30일 진주 시와편견 문화공간에서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남지부 창립총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진주 시와편견 문화공간에서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남지부 창립총회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이사로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디카시 최초의 주창자로서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며 디카시가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이론적 틀도 제공하고 있다. 때로는 역풍에 대응하며 디카시의 정체성 확립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디카시연구소 문화 기획으로 한국디카시인협회를 창립한 것은 큰 성과라 하겠다. 지난 30일에는 진주에서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남지부 창립총회가 열려 지역 문인들의 디카시 창작과 소통을 위한 토대를 마련됐다.

디카시의 창시자로서 디카시 발전을 위한 길을 끊임없이 닦아가고 싶다는 이 시인은 “89년 등단 이래 ‘시인은 시론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한다는 자세’로 임해왔다. 자연과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는 방법론으로 시를 써온 것이 지금의 디카시 운동으로 이어졌다. 나름대로 실험하며 얻어낸 성취를 문단에서 여러 방면으로 인정해주고 있어 뜻깊게 여긴다”라고 전했다. 강미영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