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해인사와 소금단지
진주성-해인사와 소금단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12 16:5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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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진주성-해인사와 소금단지

법보종찰 해인사는 매년 단오절마다 '소금단지 묻기' 행사를 한다. 해인사는 올해도 지난 6월3일 단오절을 맞아 소금단지 묻기 행사를 했다. 대적광전을 시작으로 우화당 뒷편과 극락전 앞 삼거리, 매화산 남산제일봉, 가야산 중봉 마애미륵불 등에 소금봉투를 비장((秘藏)하는 의식을 가졌다. 소금묻기를 통해 화기를 제압하기 위해, 도량 곳곳에 마련된 돌확에 소금을 넣고 물을 부으면서 도량의 안녕과 팔만대장경의 유전만세를 기원했다.

해인사 단오제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소금묻기는 해인사 큰절과 마주하고 있는 매화산의 남산제일봉 정상 5곳 오방(五方)에 소금단지를 묻고 불꽃이 피어나는 형상의 남산제일봉 화강암 바위 사이사이에 한지로 감싼 소금봉투를 곳곳에 비장하는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화재 예방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행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해인사는 1695년부터 1871년까지 7차례의 걸쳐 화재가 발생했고 순조 17년인 1817년(6차 화재)의 화재는 막대한 피해가 있어 팔만대장경과 장경각을 제외한 모든 건축이 다 소실됐다. 당시 주지 진숙 스님의 원력과 영남 관찰사이던 김노경(추사 김정희의 아버지)의 후원으로 대대적인 복원 불사가 시행되었으나 불과 54년 후인 고종 8년인 1871년(7차 화재)에 다시 한 차례의 화재로 법성료가 소실됐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해인사 남쪽에 위치한 남산제일봉이 불꽃 형세의 화산(火山)이기 때문에 정면으로 위치한 해인사로 화기가 날아들어 불이 자주 났다고 한다. 그래서 1817년 여섯 번째 화재 이후, 대적광전을 재건할 때 좌향이었던 건물 방향을 서쪽으로 돌리기도 했으며, 이즈음부터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한 날인 음력 5월 5일 단옷날에 남산제일봉의 화기를 누르기 위해 바닷물로 불기운을 잡는다는 뜻에서 소금 단지를 묻었다고 한다.

100년 이상 이어져 온 이 행사는 장소가 외부에 알려지면 효험이 없어진다고 해 그동안 외부에 알리지 않고 사중에서 비의(秘儀)로 진행하다가 몇 년 전부터 일반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 의식은 가야산 산림과 팔만대장경을 간직한 해인사를 화마로부터 보호하려는 염원 때문이다. 소금단지 묻기는 세계문화유산을 간직한 해인사에서 이어져 오는 소중하고 의미있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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