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유월의 청춘송(靑春頌)
진주성-유월의 청춘송(靑春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14 17:1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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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유월의 청춘송(靑春頌)

신록의 계절 유월이다. 연두색의 여린 잎이 솜털을 털어내고 싱그러운 푸르름을 마음껏 부풀려내는 도약의 향기가 상큼하다. 풋풋한 풋내는 얄미우리만치 청순한 맛을 품어내고 있어 싱그러움의 향에 취하여 숨이 갑신다. 바람이 살짝 스쳐만 가도 활엽수의 짙푸른 잎은 물오른 열정을 주체할 수 없어 넘치는 힘은 의기도 양양하게 창공으로 충천하고 발랄한 생기를 사방으로 뿜어낸다. 때 묻지 않아서 떳떳하고 구김살이 없어 당당하다. 내일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오늘의 젊은이들이다. 젊음이 불꽃같은 청춘의 시작이다.

버거움도 없고 두려움도 없어 거칠 것이 없다.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의 갈기 만큼 꿈과 이상이 휘날린다. 오로지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의 멋이다. 심장은 고동치고 피가 끓는다. 유월은 청춘의 계절이다. 청춘들이여! 머뭇거리지 말라. 견주지도 말고, 셈하지 말고 돌아보지도 말라. 내일이 청춘을 기다리고 있다. 미래는 젊은이들을 위해 마련된 꿈의 광장이다. 부딪쳐 깨어져도 상처를 흔적 없이 아물게 할 젊은 피가 끓고 있다.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는 혈기가 넘쳐난다. 지름길을 찾지 않아도 될 충분한 시간이 있다. 서두를 까닭이 없다. 신기루를 만났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 돌아서지 않아도 신기루 뒤에도 광활한 평원이 있다. 마음껏 달려도 좋을 광장이다. 나침반도 들어대지 말고 눈금자도 버려라. 앞서갔던 이들은 알고 있고 먼저 간 이들은 답을 안다. 그들의 뒷모습이 길이고 답이다.

눈은 바른길만 보고 귀는 옳은 답만 들어라. 앉아서 길을 물으면 답하는 이가 없다. 길을 나서서 길을 물어야 앞이 보이고 귀가 열린다. 앞서가는 노인의 지팡이 끝을 보면 길이 보이고 베옷에 얼룩진 찌든 때를 보면 답이 보인다. 등이 휘고 허리가 굽은 것은 보릿고개를 넘어온 세월의 흔적이고 목이 따가운 매스꺼운 냄새는 포탄이 뿜어낸 화약 냄새고 전우가 흘리고 간 피 냄새이며 눈물 나게 매캐한 냄새는 최루가스 냄새다. 역겨워해서는 안 될 유월의 냄새다. 마을마다 들녘마다 보리타작 뒤끝의 겉겨 타는 구수한 냄새며 무쇠 솥뚜껑 열리는 소리에 꽁보리밥 익은 냄새며 모깃불 속에 쑥이 타는 냄새에 옥수수가 익는 냄새도 못 잊어서 하는 노인들에게 왜 그렇게 살았느냐고 묻지 말고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서 답을 찾아라. 서산마루에 걸터앉은 노인들은 오늘의 청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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