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권불십년(權不十年)
진주성-권불십년(權不十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16 17: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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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권불십년(權不十年)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이 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리는 권세도 영원한 것은 없으며, 아무리 화려한 꽃도 십일을 더 버티지 못한다는 이 말은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의 교훈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보통 조그마한 권세라도 잡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만년이나 누릴 것처럼 우쭐대는 졸장부도 있고, 조금만 돈을 벌면 개구리 올챙이 시절 잊어버리고 남을 무시하고 기고만장한 사람도 있다. 극소수 이지만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남을 무시한다거나 군림하려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남유교대학에서 현장학습을 할 때 느낀 일이다. 조선시대의 이름난 재상(정승)의 유적지를 답사했는데 인생무상을 느꼈다. 큰 기대를 갖고 찾은 유적지는 폐허가 되어있었다. 길가에 있는 서원의 마당엔 잡초가 한길이나 우거져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서원 바로 뒤에 있는 묘소를 가는 길은 가시와 잡초가 욱어져 겨우겨우 비집고 갈수 있었다. 묘역에는 정승의 무덤이라 문인석과 상석 등 다 갖추어져 있었으나, 몇 년을 벌초를 안했는지 아카시아와 잡초가 어울려 사람 키보다 높았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일국의 영의정의 무덤이라기에는 너무 허망했다. 자손 중에 단 한 사람이라도 올바른 후손이 있었다면 이렇게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석꾼 부자가 굶어죽었다는 말이 있고, 주변에 아주 잘 나가던 사람이 당대에 망하는 경우도 보았다. 부귀영화가 무엇일까. 권력을 잡기위해 사생결단을 하며, 맨바닥에서 큰절하던 사람이 권력을 잡고나면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례한들, 권불십년인 것을 왜 깨닫지 못할까.

그러나 우리주변에는 어려우면서도 나누고, 남을 배려하며 덕(德)으로 사는 분이 더 많으니 그래도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인가 싶다. 진주에는 사대부 양반가문의 강상호 선생이 형평사 운동을 하여, 인간은 귀족이건 천민이건 평등하다는 백정해방운동을 하여 그 이름이 영원히 빛나고 있다.

또 만해 한용운 선생은 ‘어우렁더우렁’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와서는 가고 입고는 벗고, 잡으면 놓아야 할 윤회의 소풍 길에, 우린 어이타 인연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 꿈인 듯 접고,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 그 뻔한 길, 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 아니 왔다면 후회 했겠지. 노다지처럼 널린 사랑 때문에 웃고, 가시처럼 주렁한 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 그 소풍 아니면 우리 어이 인연 맺어졌으랴, 한 세상 살다 갈 소풍 길, 원 없이 울고 웃다가, 말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단 말 빈말 안 되게. 어우렁더우렁 그렇게 살다 가 보자’

권불십년이니 목에 힘 빼고 우리 서로 어울려 살다가 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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