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검무·포구락무 이수자 양지선 무용학 박사
진주검무·포구락무 이수자 양지선 무용학 박사
  • 강미영기자
  • 승인 2022.06.19 16:42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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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방문화 연구는 나의 보람”
▲ 양지선 무용학 박사는 “교방문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남기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관광과 접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규기자

진주검무 추며 교방문화의 매력에 빠져

학문적 호기심 해결을 위해 시작한 연구
교방문화 문화예술 가치 관광 접목해야
10월 진주서 경남 무형문화재 축제 열려


오는 10월 2022년 경남도 무형문화제 축제가 진주시에서 열리게 된다. 진주시는 진주에서 전승된 국가무형문화재 진주검무를 비롯한 경남의 우수한 무형문화재를 선보이면서 지역 문화콘텐츠를 강화할 예정이다.

진주는 진주검무와 진주·삼천포 농악 등 2개의 국가무형문화재를 비롯해 경남무형문화재 9개를 보유하고 있는 무형문화재의 보고로 일컬어진다. 또한, 풍류문화가 발달했던 도시로써 예기들의 예술과 인문 등의 교육을 맡았던 교방문화가 활발히 꽃 피웠던 곳이다.

이런 교방문화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이가 있다. 진주검무와 진주포구락무 이수자인 양지선 무용학 박사는 진주, 나아가 영남과 한국의 교방문화를 집대성하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삼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무형문화재 이수자로서 경남도 무형문화제 축제가 진주에서 열리는 것이 굉장히 기쁘다. 진주의 기존 문화관광축제는 관광지가 주축이 되고 무형문화재는 프로그램의 일부로 참가했었다. 무형문화재 축제는 그야말로 무형문화재의 장을 펼칠 수 있는 모두의 축제가 될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춤추는 것을 좋아했지만 춤을 전공으로 삼을 일을 없을 거라 여겼던 양지선 박사는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20대 중반에 진주검무를 만나게 됐다. 진주민속예술보존회 문을 열고 들어간 그는 처음 듣는 국악의 아쟁, 해금 소리에 일생 처음으로 ‘심금이 울린다’는 경험을 하게 됐다.

“당시 민족예술보존회에 들어가니 검무, 포구락무, 한량무, 가야금 등 우리나라 국악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때 진주검무 예능보유자이자 의암별제와 ‘선악’을 복원하신 성계옥 선생님과, 인간문화재 정금순 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또한, 현재 진주민속예술보존회 유영희 이사장께서 적극적인 지지와 용기를 보내주시면서 보존회를 통한 진주의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진주검무를 추고 있는 양지선 박사.
진주검무를 추고 있는 양지선 박사.

그는 정금순 선생에게 검무, 포구락무, 남무, 굿거리춤 등을 사사받으며 우리 춤사위와 가락에 빠져 몸이 이끌리는 대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단순히 춤에 대한 흥미로만 그치지 않았다. 춤을 추며 보존회 활동을 하자 점점 춤에 대한 이론적인 호기심과 이를 해결하고 싶다는 지적 욕구가 내면에서 샘솟았다. 그렇게 양지선 박사는 늦은 나이에도 끓어오르는 학구열을 품고 경상국립대학교 민속무용학과에 편입해 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처음에는 교방문화라는 것을 알지도 못 했다. 그러나 실제 몸으로 익힌 교방 춤을 연구하다보니 춤이 공연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문화의 총체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령, 연향이라는 의례에서는 춤, 노래, 악기, 음식 모두가 어우러지게 되는데 이 모두가 교방문화이다. 그렇게 나의 연구 방향도 ‘교방문화’를 테마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교방문화 연구가 쉬운 길은 아니었다. 교방이 기녀에게 악·가·무를 가르치던 기관인 만큼 남아있는 기록이 적은 탓이었다. 교방문화의 유산을 샅샅이 찾아다녔다는 양 박사는 “일제강점기 문화말살과 매스컴의 자극적인 보도를 거치면서 기생은 성적이고 자극적인 이미지만 부각됐다. 그러다보니 ‘기생 춤을 연구하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적도 있다. 춤과 연구를 동시에 하면서 ‘실기와 이론, 어느 것을 선택할 거냐’는 질문도 받았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으니 현장에서 춤을 춰야 오히려 살아있는 이론을 정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두 분야를 모두 해내겠다는 다짐을 했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교방문화 자료도 극히 드물다보니 연구에 난관을 거듭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쉽지 않은 연구를 거듭하면서 기록으로 남는 문자의 힘을 체감했고, 동시에 남은 교방문화를 찾아내 보존하겠다는 다짐을 굳혔다.

희망의 끈을 놓지 못 한 채 온갖 옛 사료를 뒤졌다는 그는 “유일하게 한시에 교방문화에 대한 기록이 자세히 남아있다. 연회의 풍경과 진주검무의 묘사 등이 시 속에 표현된 것이다. 한시에 담겨있는 교방문화를 완벽히 해석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면서 영남 교방문화에 관한 논문을 쓰며 박사 학위도 땄고, 지난해 ‘경남 교방문화를 말하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진주포구락무를 추고 있는 양지선 박사.
진주검무를 추고 있는 양지선 박사.

이어 양 박사는 뮤지컬이나 오페라에 비해 국악, 한국 춤의 인기가 저조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통문화 마케팅 활성화와 구조적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기업을 만나 진주관광두레PD로서도 활동하게 됐다.

“관광두레는 기업이 아닌 순수 지역주민 3인 이상이 모여서 구성한 두레 성격의 영소한 사업체로, PD는 이를 관리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사업체들이 한국관광공사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관광과 연계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생각하고, 전문가 멘토들과 연결시킨다. 밀알영농조합법인과 하모예가 최근 으뜸두레와 예비으뜸두레로 선정되는 등 좋은 성과를 얻었는데 운이 좋았다고 본다. 무용 전공자로서 관광·마케팅 전문가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지만 좋은 사업체를 만나 함께 성장했다”

공연과 안무 기획을 꾸준히 해온 만큼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는 양지선 박사는 사업계획서나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할 때 그동안 해왔던 예술적인 경험들을 녹여 순발력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곤 했다.

교방문화 축제 진주 논개제.
교방문화 축제 진주 논개제.

또, 진주가 한국 최고의 ‘맛과 멋’이라는 차별화 된 관광여행 상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교방문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남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관광과 접목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진주는 ‘남진주, 북평양’ 소리를 들으며 교방문화와 관련한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가. 산발적으로 분포된 맛집을 하나의 타운으로 묶고, 교방문화 체험관도 만들어 예술체험 관광으로 연계하는 방안은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물론 거기까지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양지선 박사가 교방문화에 갖고 있는 애정과 열정은 아직도 활활 불타오르는 중이다. 남은 생을 통틀어 교방문화를 연구하고 싶다는 그는 “지금은 호남지역의 교방문화도 활발히 연구 중이다. 교방문화가 발달했던 영남, 평양, 호남 세 지역을 통틀어 연구하는 것을 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방문화를 탐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기생들의 숨겨진 이야기도 꺼내고 싶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야담이 아니라, 진흙 속에 파묻힌 그들의 진정한 삶을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전했다. 강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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