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영부인
진주성-영부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21 17:1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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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영부인

영부인! 말로만 들어도 자애(慈愛)의 여운에 지친 삶의 시린 가슴까지 녹여낼 듯한 거룩한 지칭이고 만인이 우러러 부를 호칭이다. 근엄하면서도 너그러움이 있어 온유하며 인의예지를 겸비한 성덕의 표상이고 성모이자 보살이며 사랑과 자비를 아우른 어머니의 품이고 할머니의 무릎이다. 노력만으로는 닿지 못할 성지의 성좌이기에 천상에서의 강림과도 같은 발현이다. 따라서 하늘에서의 주어짐이 있으면 마땅히 지상으로의 베풂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권리에 따른 의무는 당연지사이고 권한의 범위 안에서 활동의 효용을 극대화하여 국민의 바람을 충족시키는데 애정을 다 쏟아야 한다. 그러면서 갖추어야 할 예도가 있고 지켜야 할 법도가 있다. 옛적은 군주의 뜻이 법이었으나 지금은 국민의 뜻이 법이다. 군주가 아닌 민주다. 법을 지켜서 법의 보호를 받고 의무를 다하여 권리를 보장받는 원칙이 확고한 세상이다.

이를 집전하는 분이 대통령이라면 따르고 싶어도 따를 능력이 없는 이들을 보듬어 주어야 할 분이 영부인이다. 대통령의 잣대는 바로미터라야 하지만 영부인의 자는 눈금이 없어야 한다. 할아버지께서 야단치시면 할머니는 품어주신다. 손주는 안정하고 깨달음을 얻는다. 영부인은 할머니의 품과도 같아야 한다. 돌아서서 우는 사람의 눈물을 닦아줘야 하고 서러운 사람을 다독거려줘야 한다. 일거수일투족이 공식적이야 하고 편애와 편협은 금물이다. 단장도 치장도 아름다움을 위해서 할 것이 아니라 인품을 위해서 해야 하고 국민의 품격을 위해서 해야 한다. 그래야만 영부인으로서 그 그림자도 아름답고 발자국에서도 향내가 난다. 애완동물과도 거리를 두고 지인들과도 거리를 두어 사사로움을 버려야 한다.

지인들이 먼저 친함을 국민에게 양보하고 멀리서 응원해야 한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 리를 간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할 수 있다. 호랑이 가죽은 보기만 해도 겁나고 도끼는 누워있어도 한몫을 한다고 했다. 영부인도 모르게 줄 대기가 생기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 깨끗한 물도 더러운 천에 닿으면 얼룩으로 번지고 향기는 바람결에도 사방으로 퍼져간다. 제2부속실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호사를 위한 내밀한 공간도 아니고 통제를 위한 제약의 공간이 아니다. 국모의 기품과 품격을 다듬는 내실이고 예도로 세계를 품고 덕행으로 국민을 쓰다듬는 자애(慈愛)의 산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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