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겸손(謙遜)
진주성-겸손(謙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23 17: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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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겸손(謙遜)

우리가 살면서 참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 겸손이라고 한다. 많이 배워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나서지 않기가 어렵고, 돈이 많은 사람이 우쭐대지 않고 평범하기가 참 어렵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 남용하지 않고 공정하기가 참 어렵다고 한다.

이런 것을 극복하고 겸손하다면 만인의 존경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도가 넘친다면 남의 존경은커녕 지탄과 멸시의 대상이 될 것이다.

조선 세종임금 때 명재상으로 이름난 고불 맹사성(古佛 孟思誠)대감은, 그 자신 일국의 재상이면서도 출입할 때는 소를 타기 좋아하여 보는 백성들이 아무도 재상인줄 몰랐다고 한다. 그런 그도 젊은 패기로 실수가 있었으나 그 실수를 교훈삼아 평생에 겸손함을 실천하여 만인의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열아홉의 어린나이에 장원급제를 하여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군수가 된 맹사성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무명선사를 찾아가 여쭈었다. "스님께서는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그러자 무명선사가 대답했다 "그건 어렵지 않지요,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인데, 먼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무명선사가 "녹차나 한 잔 하고 가시오" 하며 붙잡았다. 그는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스님은 찻물이 넘치도록 그의 찻잔에 자꾸만 차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다 적십니다." 라고 맹사성이 말했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문틀에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춰 저 평지와 같은 마음이 되면, 거기엔 더 이상 울타리가 없으며 벽도 없을 것입니다. 강하면 부러지는 법입니다. 마음을 열고 끝없이 자신을 낮추십시오.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평범하면서도 만고의 진리인 이 말씀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명언이기에 음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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