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천도재(薦度齋)와 예수재(預修齋)
진주성-천도재(薦度齋)와 예수재(預修齋)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26 17:0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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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 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천도재(薦度齋)와 예수재(預修齋)

천도재(薦度齋)는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이다. 삼보에 공양을 올리고 그 공덕을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의례를 재(齋)라 하며, 망자를 위해 올리는 재를 천도재라 한다. 천도(薦度)의 천(薦)은 ‘천거하다’, 도(度)는 ‘법도’의 뜻이다. 천도는 불보살의 힘으로 망혼을 극락에 보내줄 것을 천거하는 의식이다. 천도재는 생전에 지은 업을 씻는 정화의식을 거친 다음, 불보살 앞으로 공양과 불공을 올리며, 망혼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의식이다.

망자의 49일째 지내는 49재는 천도재의 핵심이다. 49재를 지내야 망자의 영혼이 더욱 좋은 곳에 태어나기 때문이다. 망자가 된 후 7일째부터 49일째 되는 날까지 매7일마다, 그리고 100일째와 1년째, 2년째 되는 날 등 모두 10번 명부시왕으로부터 심판을 받는다. 이중에서도 49재를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명부시왕 중 지하의 왕으로 알려진 염라대왕이 심판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49재는 꼭 치렀다.

천도재와 대비되는 재가 있는데 바로 예수재(預修齋)로 불리는 생전예수재이다. 생전예수재란 살아있는 사람이 ‘죽기 전에(生前)’ 전생의 업을 ‘미리(預)’ ‘닦고(修)’ 사후에 극락세계로 가기 위해 살아있는 동안 미리 공덕을 쌓는 재를 말한다. 49재나 수륙재(水陸齋)가 죽은 자의 명복을 빌고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하는 의식이라면 예수재는 생전에 공덕을 닦아 사후에 지옥 등 고통의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극락왕생하고자 하는 의식이다.

예수재는 ‘예수시왕생칠재의(預修十王生七齋儀)’라는 의식집에 근거를 둔 것으로 도교의 시왕신앙(十王信仰)을 불교에서 수용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예수재는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시작돼 조선중기까지 성행한 대표적인 불교전통의례 가운데 하나다. 노납은 코로나19 시대에 생전예수재가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가 인류가 전생에 지은 업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생전예수재는 또한 불자들이 생전에 미리 닦는 단순한 재의식을 넘어 스스로를 맑게 닦기 위한 수행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천도재는 영가를 더욱 좋은 내세로 인도하기 위함이고 생전예수재는 살아있는 동안에 공덕을 닦는 행위이다. 천도재를 통해 세상의 모든 망혼이 부처님의 가피로 인해 극락으로 갈 수 있고 생전예수재를 통해 중생 모두가 공덕을 쌓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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