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골프, 까칠해져라
아침을 열며-골프, 까칠해져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6.30 17:0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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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
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골프, 까칠해져라

2022년 1학기도 며칠 전 6월 27일로 끝났다. 왜 이 날짜로 끝났냐고 반문(反問)하고 싶은 분들이 많을 것이다. 대학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6월 중순이면 1학기 수업이 마무리(종강(終講))된다. 이후 약 1주일 동안 성적을 내야하는 기간이고, 그 기간의 마감일이 27일이었다는 뜻에서 1학기가 끝났다는 얘기다. 물론 이후 또 1주일은 학생들의 성적 문의(問議)에 따른 성적 정정(訂正)의 시간이 있다. 어쨌든 교수자의 입장에서는 무척 홀가분한 시간이다. 흔히 일반 회사원이나 타 직종의 공무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방학의 시작인 셈이다. 이후 9월 1일이 2학기 개강(開講)이니 7~8월은 본인만의 조용한 연구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무척이나 기다렸던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筆者)의 입사(入社) 동기(同期)들끼리 이의 기다림을 같이 자축(自祝)하면서 점심을 같이 했다. 그러면서 공통의 관심사였던 골프 관련해서 나왔던 얘기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필자의 동기 또한 골프 구력(球歷이) 4~5년 정도 되니 초보자 수준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안쓰러운 타수(打數)를 기록하고 있어서 본인도 속상하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동기가 하는 말이 동기의 가슴을 더 후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00, 당신은 주변에 사부(師父)가 너무 많다. 그러니 아직도 본인의 골프가 없어서 타수가 80대말 타수부터 100대 타수까지 중구난방(衆口難防)이다. 앞으로 골프를 칠 때는 까칠하게 치는 게 좋겠다”라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던 차에 다시 한마디 더 한 것을 쉽게 정리한다. 결국 김00의 성격이 너무 좋다보니 주변에서 묻지도 청하지도 않은 조언(助言)이 난무(亂舞)하다는 것이다. 연습장에서든 골프장에서든 본인이 원하지 않음에도 “이리 쳐라~ 저리 쳐라~” 등의 되지도 않는 지적질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동기 김00은 늘 웃고 긍정적이다. 스스로도 자신이 성격이 좋다고 얘기할 정도니 그 성격 좋음이 알만하다. 그러다보니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부가 많다는 것이다.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도와주고 싶은 상황이야 이해가 되지만 원하지 않은 한두 마디 교습(敎習)은 더더욱 도움이 되지 않음을 듣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다들 알고 있는데 아직도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득실거린다. 참고로 동기 김00은 여성이다. 그러면서 얘기를 꺼냈던 동기가 한 마디 더 한다. 그런 사람 만나면 “그대 아내한테나 잘 하세요~”라는 식으로 거침없이 말하란다. 참 발칙한 발언이었는데 더 재미있는 일은 그 다음이다. 한참 그런 얘기를 듣던 김00이 멋쩍은 듯 웃으면서 그러지 않아도 최근 자신이 일상이든 골프든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받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양창순 저/다산북스)’는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우연한 얘기와 그에 맞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著者) 양창순 박사는 ‘건강한 까칠함’은 ‘인간관계에서 거부당하고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는 힘’이다. 또한 간혹 ‘까칠함’과 ‘무례함’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까칠함’에는 ‘나 자신에 대한 예의, 나아가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다. 내가 나에게 예의를 갖추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책할 필요가 없어지고, 다른 사람의 말을 거절하지 못해 끌려갈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이든 골프든 이 ‘건강한 까칠함’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골프가 있기를 바래본다. 필자 역시 ‘당신만의 골프는 있는가?(2019.08.19. 게재)’와 ‘골프장 금언(2020.11.16. 게재)’을 통해서 마이웨이 골프(My way Golf )를 소개한 적이 있다. 누가 뭐라고 외치던 골퍼 본인이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면 천하의 어떤 교습도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건강한 까칠함’으로 무장(武裝)해서 주변의 잘난 사부를 접하기보다 골프의 단순함을 생각하면서 몸이 아닌 골프채(club) 특히, 헤드(head)의 무게감과 존재감을 느끼면서 휘둘러보자. 세상의 어떤 목수(木手)도 망치질을 손으로 하지 몸으로 하지 않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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