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나쁜 놈
진주성-나쁜 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7.05 16:56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나쁜 놈

자존심이었나, 수치심이었나? 이 못난 것아! 살길이 구만린데 어쩌자고, 이제 쥐꼬리만치 살아놓고, 이제 시작인데. 죽음도 함께할 만큼 서로 사랑하면서. “엄마! 우리 내일은 진짜 제주도 가는 거야?” 까만 눈동자의 그 예쁜 것이 제주도 간다고 얼마나 좋아했을까. 이것들아! 딱 한 번만 더해보자고 부둥켜안고 울지. 그리도 했겠지. 눈물인들 남았겠냐. 눈물 한 방울 보태지 못한 우리가 무슨 말을 더하겠나. 이제야 흐르는 눈물조차 부끄럽다. 반 친구들이 보고 싶어 우리 유나 어쩌나. 사랑하는 선생님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해 유나야! 이것아! 모두는 아니기를 바랬다. 이대로는 못 보낸다. 딴말 말고 환생해서 유나 낳고 다시 살자!

나이만큼만 세상을 알면 얼마나 좋을까. 젊을 때 실수하지 않고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나. 수많은 시행착오도 있고 오기도 부리고 객기도 부리다가 낭패도 보며 산다. 함정도 있고 절벽도 있어 넘어지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며 그러면서 철 들고 성숙해진다. ‘겁도 없이 덤볐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죽을 맛 이었어’ 젊을 때는 다 그렇게 사는 것이다. ‘천지도 모르고 결혼 했어’ 얼마나 잘한 일인가? 요즘은 결혼생활을 너무 잘 알고 있어 결혼을 안 한다. 몰라도 좋을 것까지 알아내서다. 합리인가. 순리인가. 순리가 먼저다. 영특한 것은 좋지만 영악해져서는 안 된다. 오늘이 어제의 결과가 아니다. 오늘이 내일을 절대적으로 지배하지 못한다. 내일은 새로운 오늘이다. 끝이 끝이 아니다. 신지도의 송곡항에서 가버린 그들은 흔적마저 지우려고 했다. 없던 것으로 하고 아무도 모르기를 바랬다.

해는 언제나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기만 하고 돈은 돈으로만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될 성싶으면 해코지하고 비틀거리면 쓰러트릴 기회로 삼는다. 남은 남을 돕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턱걸이로 바동거리면 받쳐주기는커녕 떨어질 때를 기다린다는 것도 잘 안다. 한쪽에선 통곡해도 다른 한쪽에서는 춤추는 사람은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한다는 것도 알고, 3일만 지나면 남의 일은 다 잊어버린다는 것도 다 알고 갔다. 하지만 몰라도 될 것을 너무 많이 알았다. 보이는 것보다는 안 보이는 것이 많고,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세상이다. 그딴 것 다 몰라도 될 것을. 못 볼 것 보여 준 우리가 잘못이고 눈 감고 귀 막고 산 우리가 죄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