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청와대를 되찾은 유공자들
진주성-청와대를 되찾은 유공자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7.12 16:5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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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청와대를 되찾은 유공자들

누가 달라고 했나. 누가 보고 싶다고 했나. 단 한 사람도 내놓으라고 한 사실이 없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돌려받겠다고 누구와 약속했나. 약속은 상대방과의 합의로써 이루어지는 계약이다. 국민에게 돌려주기로 약속했다는데 당사자인 국민이 모르는 약속이니 환장할 노릇이다. 청와대는 국민의 뜻과 돈으로 만든 대통령의 집무실이고 국빈의 영접과 접견을 위한 외국에 대한 국가원수의 주체성과 존엄성과 상징성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접견실이며 국군통수권자로서 국가안보의 총괄 본부이기도 하다. 또한, 내외신 기자들이 상주하는 언론소통의 터미널인 프레스센터이고 대통령의 경호에 만전을 기할 수 있는 관저까지 있다. 따라서 갖출 것을 다 갖추고 있는 곳이다.

애초 국민의 관광지였던 것을 전직 대통령들이 74년간이나 무단점유를 하고 있어도 국민이 돌려달라고 차마 말을 못 하고 속을 끓여왔단 말인가. 윤 대통령의 속내 보다 관람자의 속을 더 모를 일이다. 대통령선거 때는 윤 후보를 죽어라 하고 미워하며 낙선에 열을 올리던 사람이 청와대가 개방되자 관광버스를 전세 내서 앞 다투어 관람하고 오는 것을 보고 어떤 해석을 해야 하나. 윤 대통령의 알 수 없는 속내를 합리화로 성립시켜준 일등공신이자 유공자다. 청와대를 관광지지로 돌려받지 못하여 그토록 애를 태우고 있었다는 꼴인데, 말 못 하고 애태운 그 속을 꿰뚫고 있었으니 윤 대통령이 도사다. 다음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도 내놓아야 할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도청도 내놓고 시청도 내놓으라고 하면 어떨까. 이번 유공자들이 앞장서면 안 될 것도 없을 것 같다. 원칙과 기준이 무너지면 혼돈과 혼란이 따른다. 주더라도 받을 것이 있고 받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원칙과 기준을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지조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쳐온 선현들은 뭐라고 할까.

경남 고성의 학동마을에는 서비 최우순선생 순의비가 있고 서비정이 있다. 일제 천왕이 하사한다는 은사금을 받으라고 강요해도 이를 받지 않겠다고 버티자 헌병들이 야밤에 선생을 체포하려고 왔을 때 날이 밝으면 가자 하고 새벽녘에 음독 자결하셨다. 전답을 사면 소작인 십여 명을 거느릴 수 있는 거금을 주겠다는 것을 끝내 안 받겠다며 생을 마감하셨다. ‘그때는 그때이고 내 좋으면 그뿐이다.’이건 아니어야 한다. “우리는 청와대를 돌려달라고 한 사실이 없습니다” 하고 한 사람도 청와대 관람을 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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