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경로당 풍경
진주성-경로당 풍경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7.14 17: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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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경로당 풍경

우리나라는 노인복지시설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의료혜택이나 노인 일자리 등 노후의 대책에 신경을 쓰고 복지관에서는 최소한의 금액으로 점심을 제공하고 각종 프로그램으로 여가선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진주노인회 산하에는 550여개의 경로당이 있는데 진주시에서 운영 경비를 지원하는가 하면 쌀이며 난방비 등을 지원하여 노인들이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르신들이 모인 경로당에는 약간의 불협화음도 있단다. 도시에 나가있는 아들딸들이 부모님이 계신 경로당을 찾아 올 때는 수박이며 과일 과자 술 등 각종 먹을 것을 사오는가 하면 때로는 봉투도 내고 가는 경우가 있고, 어르신들의 생일이나 제사를 모시고 나면 각종 음식을 경로당에 가지고 와서 나누어 먹는 아름다운 풍경도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모든 어르신들의 생활수준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고, 또 자식들의 환경도 다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마음은 있어도 모두가 다 똑 같이 베풀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경우 “저 집 아들은 일 년 내내 경로당에 한 번 찾아오는 법이 없다.” 또는 “저 집에는 제사도 생일도 없는지 얻어먹기만 하지, 한 번도 내는 법이 없다”하고 기(氣)를 죽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연세가 들수록 어린애가 된다는 옛말이 있지만 아들딸이 잘되어 있고 자주 찾아오면 오직 좋겠는가.

그러나 봉사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고 남에게 좋은 마음으로 베풀 었으면 그것으로 잊어버려야지 생색을 내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론 연세 높은 어르신들이니 어쩔 수 없이 웃고 넘길 일이다.

또 논쟁이 있는 것은 “우리 아들은 면장이다.” 하면 “우리 아들은 우체국장인데 면장보다 높은 사람이다.”하며 서로 자기 아들이 높다고 기고만장하기도 하단다. 무슨 이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닌 어르신들이 모여 이렇게 아웅다웅 하는 동안 세월은 흘러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한 어른이 먼저 돌아가시면, 마치 내 일처럼 서운해 하고 눈물로 가슴아파하시는 어르신들, 이것이 우리네 어르신들의 참모습이다.

대부분 80에서 90고개에 다다른 가장 어렵고 고생했던 세대들,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를 거치며 그 한 많은 보리 고개를 힘겹게 넘어오신 어르신들, 찌지고 볶더라도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함께 잘 지냈으면 좋겠다. 아들딸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제사 밥을 내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고 모두가 이웃사촌이니 미안해 할 일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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