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 삼복(三伏)의 시작 초복(初伏)
진주성- 삼복(三伏)의 시작 초복(初伏)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7.17 16:5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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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삼복(三伏)의 시작 초복(初伏)

엊그제인 7월 16일이 절기상 초복(初伏)이었다. 초복은 삼복(三伏)의 시작으로 중복(中伏 7월26일) 말복(末伏 8월15일)으로 이어진다. 하지 이후 셋째 경일(慶日)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이후 첫째 경일을 말복이라 한다. 경일(慶日)은 일진(日辰)을 정하는 60간지 중 경(慶)자가 든날을 가리킨다. 삼복이 시작되면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혹서기로 접어들게 된다.

하지를 지내고 첫 번째 복날이 초복, 그 다음이 중복, 그리고 입추 쯤 해서 말복(末伏)이다. 복날은 10일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린다. 그러나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아직 여름이 일러 뜸을 좀 들이다가 말복을 맞이하자는 뜻이다.

초복이 지나면서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노납의 여래사 문지기인 애견 '질풍이'와 '진돌이'도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혀를 내빼고 허덕이고 있다. 복날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절의 견공(犬公)을 거론하는 것은 복날과 개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한자로 복(伏)자는 ‘엎드릴 복’자인데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이다. 개를 젊잖게 표현하여 예로부터 견공이라고도 불렀다. 견공은 개를 의인화하여 높인 말이다. 견(犬)은 개가 옆으로 보고 있는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다. 우리 일상에서 가장 친밀한 동물로는 역시 개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복날에 우리 선조들은 강이나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는 천렵을 즐겼고 탁족(濯足)이라 해서 차가운 물에 발을 담가 무더위를 달랬다. 삼복에 궁궐에서는 각 관청에 특별 하사품으로 얼음을 나눠줬다고 한다. 요즘은 얼음이 지천이고 냉방기까지 갖췄으니 더위를 무작정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동국세시기에는 탁족을 하면서 먹었다는 별식을 소개하고 있는데, 개장국은 물론이고 국수 닭고기 돼지고기 호박 청채 등으로 여러 음식을 만들었다고 한다.

올 여름의 삼복더위는 유난히 심하다. 기상난동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폭염이 대단하다. 이런 때일수록 자연의 난폭함에 과잉반응하지 말고 인간의 격조를 지키면서 자연의 섭리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더위를 이겨낸 옛사람들의 지혜를 따라 모쪼록 삼복 기간에 몸이 축나지 않도록 해서 막바지 더위를 잘 이겨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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