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도깨비 세상 된다
진주성-도깨비 세상 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8.09 17:07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도깨비 세상 된다

콩으로 메주를 쑤고 팥으로 팥죽을 쑨다. 질이 달라서 그 용도가 다르다. 가재는 뒤로 가고 게는 옆으로 간다. 본성이 달라서 그 가는 방향이 다르다. 유자는 얽어도 기생방에 놀고 탱자는 고아도 개똥밭에 논다. 격이 달라서 그 노는 물이 다르다. 외양이 비슷하다고 같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근본도 다르고 쓰임도 다르고 나아갈 방향도 다르다. 같은 산에 자라도 산삼은 보약이 되고 초오는 사약이 된다. 본질이 달라서 그 역량이 다르다. 같은 계곡물을 먹어도 사슴은 녹용을 만들고 독사는 독을 만든다.

근본이 달라서 그 기능이 다르다. 천지가 개벽을 해도 까마귀는 백로가 되지 않는다. 그 본질이 다르다. 해는 낮을 밝히고 달은 밤을 밝힌다. 그 역할이 다르다. 개울물은 소리 내어 흐르지만 대하는 소리 없이 흐른다. 격이 달라서 그 품행이 다르다. 백로는 송죽 가지에 앉고 뱁새는 덤불 밑을 헤맨다. 근본이 달라서 그 품격이 다르다. 의사의 칼은 사람을 살리고 망나니의 칼은 사람을 죽인다. 목적이 달라서 그 결과가 다르다. 잡목은 추워지면 잎이 지지만 송죽은 추울수록 잎이 푸르다. 근본이 달라서 그 기개가 다르다. 자갈은 물이 쓸어가도 바위는 물이 비켜 간다. 품위가 다르고 품격이 달라서다. 충신의 입에서는 직언이 나오고 간신의 입에서는 간언이 나온다. 성품이 달라서 그 언행이 다르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어도 나뭇가지는 바람을 일으키지 않는다. 뜻이 달라서 그 능력이 다르다. 군자는 뜻이 크고 소인은 배가 크다. 품위가 달라서 그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 비슷하다고 같을 수가 없다.

제 저고리가 아니면 몸에 맞지 않고 남의 감투를 쓰면 머리가 벗어진다고 했다. 뭐든지 생겨나거나 만들어질 때는 제 목적이 있고 제 자리가 있고 제 역할이 있고 제 몫이 있다. 따라서 그 범위가 한정된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기구나 조직은 갈수록 뒤죽박죽이 되고 있나. 원칙과 상식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현실은 참담하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국가 기구든 사회조직이든 설립의 취지가 있고 설립의 목적이 있다. 이를 보완보충을 한다는 것이 본래의 목적과 취지가 왜곡되거나 벗어나면 역기능의 부작용으로 분란이 난다. 이무기에게 뿔을 달아주어도 용이 되지 않는다. 민중의 지팡이가 민중의 몽둥이가 되었던 때도 있다. 남의 뿔을 뽑아다가 정수리에 꽂아주고 엄니 만들어 아래위로 심어주고 날개까지 달아주면 ‘날도깨비’가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