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효는 일상의 문제이자 마음의 문제이다
칼럼-효는 일상의 문제이자 마음의 문제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8.15 17:1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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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효는 일상의 문제이자 마음의 문제이다

맹무백문효(孟武伯問孝) 자왈(子曰) 부모유기질지우(父母唯其疾之憂):맹무백(孟武伯)이 효에 관하여 공자께 물었다.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들지 않을까 그것만을 걱정한다. ‘논어’ 〈위정편〉6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모두 대소변을 못 가린다고 하더라도, 못할 거 아니지 않나요. 그걸 자식이 치워야지 누가 치우겠어요. 집으로 요양보호사가 오시지만 나는 절대 그분에게 처리하라고 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하지. 우리 아버진데. 사실 이렇게라도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 봐야 10년, 그렇지 않으면 5년. 그 기간도 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가서 내가 얼마나 가슴 칠 것인지 불 보듯 뻔해요.‘나를 힘들게 했어도 그때가 좋았는데…’하며 후회해 봤자 이미 때는 늦지요. -KBS 〈인간극장〉‘고향에 살고지고’편에 나오는 대사 내용이다.

나이 오십이 넘으면 문상 가는 일이 부쩍 많아진다. 직장 동료나 친구의 부모님 초상(初喪)이 대부분이다. 오십은 자신의 천명을 아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천명을 다하고 돌아가시는 어른들을 보면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때이기도 하다. 언제나 자식이 먼저였던 부모였다. 그분들이 돌아가신 다음에야 자식은 부모가 늘 먼저가 아니었음에 깊은 후회를 하게 된다. 몸 관리가 부실했던 공자의 제자 맹무백이 효에 관해 물었을 때 공자의 대답은 간명했다. 부모는 오로지 자식이 아프지 않을까만 걱정한다는 것이었다. 노나라 대부의 아들이었던 맹무백은 몸이 뚱뚱했다고 한다. 그러니 공자께서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 효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이른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의 첫 번째 걱정은 자식 걱정이다. 자식이 뛰어난 특기를 갖는 것도, 훌륭한 학교로 진학하는 것도, 우등상을 받는 것도, 좋은 기업에 들어가는 것도 모두 그다음이다.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건강한 몸을 보호하는 게 부모에게는 첫 번째이다.

‘논어’에 기록된‘효’에 관한 몇 구절을 보면, 2500년 전 공자께서 제자들에게 일렀던‘효’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때를 거르지 않고 부모님에게 식사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술과 음식을 부모님께 먼저 드시게 한다고 하여 효라 할 수 있겠는가? 공경하는 마음이 빠진다면 개와 말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혹여 부모의 잘못이 있을 때는 완곡하게 말씀을 드려야 하며, 부모님의 뜻을 따르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해도 가능하면 그 뜻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 또한 자식은 화난 얼굴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화난 얼굴로 일하고 있는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찌 편안하겠는가? 집을 나서기 전에 어디를 가는지 언제 돌아오는지를 말씀드려야 하며, 돌아와서는 잘 돌아왔다는 것을 꼭 알려야 한다’

살신성인의 효를 칭송했던 조선시대의 문화가 있었지만, 공자께서 말씀하진 효의 개념은 일상의 문제였고 누구나 행할 수 있는 마음의 문제였다. 세상이 하도 많이 변하여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나이 드신 부모를 가까이서 모실 자식이 없다시피 하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든 부모의 경우 더욱 그렇다. 아들 딸, 며느리도 사위도, 손자 손녀도 누구 하나 선뜻 나서 병든 부모, 늙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겠다고 나서지 않고 피하는 게 현실이다. 마음이 없어서라기보다 매일 매일의 삶이 힘겹기 때문이다. 늙고 병든 부모를 병원에 눕혀 놓고, 형은 동생을 동생은 형을 바라보면서 서로 원망하면서 잔머리를 굴리면서 눈치만 본다.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외롭고 쓸쓸히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2~3일내 전광석화처럼 초상을 치르고, 삼우제도 마치기 전에 유산 싸움에 돌입한다. 부모와 이별한 슬픔이 채 가기도 전에 형제자매들과의 이별 아닌 이별이 시작된다. 전설처럼 되어 버렸지만, 필자가 어릴 때 까지만 해도 많은 이가 거행했던 삼년상(三年喪)의 유래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명심보감’에도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버지의 정기와 어머니의 피로 그대의 몸이 만들어진 것인 즉, 그대에게 권하노니 늙어 가는 부모님을 공경하고 대접하라. 부모님은 그댈 위해 살과 뼈가 닳았느니라.’ 공직에서 퇴직한 후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아가던 지인이 진주의 아파트에서 생을 마감했는데 이 더운 여름에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하여 이웃의 신고로 장례를 치렀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슴이 저며 오기에‘효’에 관해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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