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그레이트 선셋(GREAT SUNSET), 서울
도민칼럼-그레이트 선셋(GREAT SUNSET), 서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10.07 12: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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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교무처장-그레이트 선셋(GREAT SUNSET), 서울


옛말에 ‘사람은 태어나면 한양으로 보내고 말은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라’고 했다는데 그 말을 어찌나 착실히 들었는지 우리나라 인구 절반은 서울과 경기로 모두 몰려가서 살고 있다. 사실, 시골에 사는 경우, 어지간한 땅이나 밭이 좀 있으면 음식물 쓰레기는 묻어서 거름으로 쓰고 종이류 같은 쓰레기는 모아두었다가 겨울에 아궁이나 난로에 태워 버리면 크게 쓰레기 나올 일도 없지만 도시처럼 한 데 모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기술집약적인 산업 시대에는 모여서 함께 일을 처리해야 효율적이었다. 물류비용도 있고 인력수급도 원활해야하니 어느 나라든 개발도상국인 시기에는 모두 도시로 몰려든다. 우리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그보다 진작 관리(官吏)의 수요를 서울 권력가들이 독점하니 조선 후기 저런 속담이 나왔다는 설도 있다. 그럼 지금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명실공히, 지방자치제 혹은 지방분권제라고 하지만 허울뿐이고 여전히 모든 것은 서울 차지이다.

시골에 사는 우리도 가족의 반 이상이 서울이나 대도시에 나가 산다. 대게 처음 집을 나서는 경우가 학교에 가기 위해서다. 그 다음은 직장을 찾아 나가게 된다. 유난히 학벌에 의하여 직업 혹은 직장이 결정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학업의 성취는 평생을 좌우한다고들 믿는다. 살아보면 실제 아니지만 확률적으로 일류대학을 나와야 일류인생을 사는 경우(?)가 많으니 죽기 살기로 학업에 매달리게 되고 그래서 일류대학이 많다는 서울을 가는 것이다.

시골에서 공부 좀 한다고 서울을 가게 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주거 문제이다. 시골집을 다섯 채 이상 팔아야 전세를 마련하는 서울 집값, 사려고 하면 열 채를 팔아도 어렵다는 서울 집값, 산 하나를 통째로 팔고 논도 밭도 내놔야 겨우 살만한 아파트를 마련하는 세상이다 보니 아이들은 기숙사를 이용하기도 하고 고향에서 마련해준 학숙(學宿)에서 처음 살지만 시골의 아이들도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방을 사용하다보니 여럿이 함께 쓰는 집은 마지못한 선택일 뿐 결국은 다들 돈이 들더라도 개인공간을 찾게 된다.

그러면 가게 되는 곳은 어디인가? 돈은 없는데 학교나 직장은 가까워야 하니 전철역부근 주택가가 일순위이다. 돈에 의해 밀리고 밀린 이들이 선택하는 곳, 스스로 위안하자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나름 시원한 곳, 곰팡이냄새쯤이야 선풍기로 환기시키고 탈취제 좀 뿌리면 된다고 다독이며 들어가게 되는 곳이 반지하 주거공간이다. 이사 다니는 것이 지겹고 제 이름으로 된 집이라도 한 칸 있어야겠다고 여기는 이들이 먼저 사게 되는 첫 집도 반지하 집이다.

법으로 막아도 이미 지어진 지하방은 사라지지 않으니 돈이 없는 이들이 그나마 학교나 직장에 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더구나 이미 다 끌어모아 겨우 마련한 집 한 칸이 지하방인 경우는 어쩌겠는가! 죽으나 사나 살아야 하는 곳이다. 이미 있는 공간을 부정해버리면 돈을 벌어 지상으로 옮겨가고 싶어도 지하주택을 팔 거나 세놓을 데가 없으니 30만 호가 넘는 집들은 어쩌겠다는 것인가.

이번 중부권 물난리로 자매와 모녀가 지하실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당한 후 여기저기서 주거공간에 대한 문제의식의 말들이 많다. 더워 쪄죽는 쪽방촌, 겨우 몸만 눕는 고시촌 모두가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곳이다. 그런데 물난리 사고 이틀 전 서울의 오시장님께서는 싱가포르를 방문하여 그들의 멋진 '가든스바이더베이'를 보고는 우리 서울도 그렇게 만들고 싶다며 야심찬 포부를 내놓았으니 일명 '그레이트 선셋(GREAT SUNSET) 프로젝트' 한강 변 일대에 석양 명소를 조성하겠다는 것인데 상암에서 여의도, 용산, 노들섬, 반포, 뚝섬, 잠실까지 강남·북을 지그재그로 연결하는 일명 '선셋(일몰) 한강라인'을 만들어 서울 관광 삼천만 시대를 준비하겠단다.

강남 반포아파트 한강변에 1390억 원이 넘어 만든 세빛둥둥섬은 둥둥 그 많은 돈을 먹고 세빛섬으로 태어나 과한 임대료에다 모피고트 패션쇼로 상대적 박탈감만 주시더니 물난리로 잠도 편히 못자는 시민들을 위해 한강의 일몰로 관광수입을 얻어 지하방에 한줄기 빛을 주시려 하는 건지, 싱가포르에 가서 그 멋진 풍경은 탐이 나고 국민의 82%가 공공임대주택에서 쾌적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주거환경은 왜 못 보셨을까? 시골에서 우리 살기도 힘든데 지금, 우리가 서울 걱정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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