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전력 확보의 중요성
안정된 전력 확보의 중요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1.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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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진/수필문우회 회장

얼마 전 혹한으로 난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해서 예비전력이 비상수준으로 급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불현듯 전력난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머리를 스쳐갔다.


그렇다면 이건 예사 일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력에 관한 한 어느 선진국도 부럽지 않게 수요증가에 선행하여 발전용량을 늘려왔다고 믿어왔다. 이 믿음이 흔들리면 큰일이다. 하루라도 빨리 전력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어린 시절의 일이 회상된다. 어느 날 갑자기 전등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북한에서 송전되어 오던 전기가 끊겼다고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전력난이 오래오래 지속되었다. 남쪽의 발전 시설이 빈약했던 탓이다. 당시의 교과서에는 압록강 수풍댐에서 수력으로 발전되는 전기가 60만㎾h이고 그 전기량이면 온 나라의 수요를 충당하고도 남는다고 했다. 남쪽에 전기가 가장 부족했을 때가 그로부터 6•25전쟁이 발발하고 휴전이 된 기간까지였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는 꾸준히 건설해온 화력발전소와 북한강 몇 곳의 수력발전소의 연이은 가동으로 전국 각 가정이 전등을 밝히고, 경공업을 일으키는 전력도 근근이 자급해왔다. 그동안 북쪽은 연합군 폭격으로 발전설비가 일시 파괴되기는 하였으나 곧 복구가 되어 전력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1960년대 말 남북적십자회담이 서울에서 열릴 때는 한강변 아파트에 한밤중에도 방마다 전등을 켜 놓으라는 통, 반장의 권고가 있었고, 북한은 우리 대표단이 방북을 했을 때, 비가 오는데도 밭에 스프링쿨러를 가동시켜 풍부한 전력을 과시했었다.

남북전력 사정이 객관적인 수치로 역전이 되기 시작한 것은 1978년 상반기에 우리가 원자력 발전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제는 인공위성으로 찍은 한반도 야간 사진을 보면 북한은 평양의 일부 구역을 빼놓으면 캄캄한 암흑 천지고 남한은 전 국토가 대부분 커다란 빛의 덩어리들로 현란하게 밝혀져 있다. 휴전선 이북에서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곳은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개성공단만이다.

질 낮은 무연탄을 제외하면 석유나 가스 한 방울 나지 않고, 수력을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지리적 조건도 갖추지 못한 나라인데도 우리의 전력생산 단가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저렴하다. 우리는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국으로 전체 전력의 35.5%에 해당하는 약 1700만㎾h를 원자력으로 생산하고, 건설 중이거나 설계 중인 것도 1000만㎾h에 달한다.

이런 방대한 전력 생산량을 지니고도 전기가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빨간 경고 등이 켜진 것이다. 앞으로 산업의 고도화로 전력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전기를 값싸게 많이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바로 고령화 사회의 보편적 복지대책이 되고, 외국기업의 설비투자를 유치하여 일자리를 만드는 고용대책도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통일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통일만 되면 우리의 풍부한 전력을 공급 받아 가정마다 전등이 환하게 밝혀지고, 간단한 전기 난방 제품으로 온 가족이 모여 몸을 녹일 따뜻한 아래목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추운 겨울에 얼마나 많은 북녘동포들이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가슴을 설레게 될까를 상상해 보자.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는 전기 이상 효과적인 것은 없다. 휘황하게 밝혀진 전등불빛을 본 사람들의 말은 발도 없이 천리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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