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구분과 질서
진주성-구분과 질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8.23 17:0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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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구분과 질서

삼라만상은 구분이 있고 만사에는 질서가 있다. 높고 낮음이 있고 안팎이 구분되고 음양이 구분되며 전후좌우가 나뉘고 흑백이 구분된다. 구분은 영구불변의 섭리이고 실체의 근본이다. 이를 바탕으로 상호조화를 이루면서 질서가 매겨지고 영구불멸의 영속으로 순리의 흐름이 이어진다. 그런데 구분을 무시하면 질서가 무너지고 질서가 무너지면 혼란이 따르고 혼란이 지속하면 본질과 본체가 깨어진다. 그래서 모든 사회는 질서를 우선시하는 까닭이다.

질서는 구분에서 시작되고 구분은 섭리를 근본으로 정의와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조화로운 수용이 성립된다. 부정할 수 없고 거역할 수 없는 순리이다.

남녀가 구분되어야 한다고 하면 당장 성차별한다고 벌떼같이 들고 일어날지 모르지만, 구분과 차별은 엄연히 다르다. 부부유별이나 장유유서의 본뜻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 지금이 조선 시대냐고 난리를 칠지 모르지만, 구분하여 삶의 가치를 높이자는데 둔 뜻임을 새겨 봐야 한다. 이같이 구분을 가른 합리의 수용으로 남자는 병역이 의무지만 여자는 의무는 아니다. 구분이라서 누구든 이의가 없다. 그런데 요즘의 젊은이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줄은 잘 서면서 구분에 의한 질서에는 사사건건 왜요?, 왜 그래야 하는데요?, 왜 안되는데요? 하며 답을 들으려는 반문이 아니라 거부하고 반항한다. 근본이 달라서 역량이 다르고 능력이 다르고 용도가 다르므로 구분하여 효용의 가치를 높이고 질서를 유지하여 안정을 꾀하자는 것이라고 해도 그딴 논리는 필요 없다는 식이다. ‘내 생각은 이러하다’라는 견해나 반론은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고 오로지 나는 내 길로 가니까 그딴 사고를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공동비대위원장으로 박지현을, 국민의 힘당이 이준석을 당 대표로 선택한 것은 구분 없이 질서를 무너트린 위계의 혁파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가를 보여주었다. 양대 정당을 내홍과 분란으로 만신창이로 만든 천지개벽이었고 정당의 체통마저 박살 났다. 먼저 이들이 선택받게 만든 양당 정치인들의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차선책마저 포기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더 큰 잘못이다. 기성정치인에 대한 저항이었으나 구분이 없고 질서가 무너진 결과로 우리 정당사에 전대미문의 최악의 분란을 선례로 남기게 되었다. 이전의 당 총재나 당 대표의 면면을 살펴보면 판단이 설 것이다. 법고창신, 새겨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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