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꽃을 피웠으면 열매를 맺어 보자
칼럼-꽃을 피웠으면 열매를 맺어 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8.29 17:1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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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꽃을 피웠으면 열매를 맺어 보자

子曰 苗而不秀者有矣夫 秀而不實者有矣夫(자왈 묘이불수자유의부 수이불실자유의부):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싹은 트였으나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꽃은 피웠으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논어'〈자한편〉21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수제자 였던 안연(顏淵)이 죽었을 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 사람을 위해 애통해하지 않으면 대체 누구를 위해 애통해 하겠느냐? 슬프다. 하늘이 나를 망쳤구나!”공자는 안회를 그 누구보다 아꼈고 안회는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데 그 누구보다 앞장섰다.
공자는 안회를 가리켜 “나는 그가 나아가는 것을 보았어도 그가 멈춘 것은 보지 못했다. 앞에서는 말이 별로 없어 어리석은 듯 보였으나 물러난 뒤 그의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배운 것을 충분히 실천하는 모습이 매우 현명하다.”고 했다. 제자 중에 배우기를 가장 좋아했던 이도 안회였고, 가장 어진 제자도 안회였다. 그런 제자가 스승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서 한탄했던 것이다. 그래서 “싹은 트였으나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꽃은 피웠으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있구나!”

어려서는 총명했으나 커서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입학은 했으나 졸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졸업은 했으나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취업은 했으나 승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승진은 했으나 임원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임원은 되었으나 대표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대표는 되었으나 명예롭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업은 시작했으나 5년을 넘기지 못하는 수가 있고, 5년은 넘겼으나 손해를 보는 수가 있다. 수익은 발생했으나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 몰리기도 한다. 서른에 이립(而立)은 하였으나 마흔에 불혹(不惑)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고, 마흔에 불혹은 하였으나 쉰에 지천명(知天命)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쉰에 지천명은 하였으나 예순에 이순(耳順)이 어려운 경우가 있고, 예순에 이순은 되었으나 일흔에 마음 둘 곳이 없는 경우도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고 노래한 시인이 있다. 이 세상 그 어떤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은 없다고 했다.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따뜻하게 꽃잎을 피웠듯 젖지 않고 가는 삶은 없다고 했다. 인생의 꽃을 피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싹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트이지만,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많은 것을 이겨 내야 가능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건 나의 의지가 아니다. 그래서 부모자식의 관계를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하여 천륜(天倫)이라 하고 부부관계를 인간의 의지로 맺어졌다 하여 인륜(人倫)이라 한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의 시작에는 셀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인간의 사십은 꽃을 피우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이다. 즉 가장 왕성하게 노력하는 시기, 가장 치열하게 살아가는 40대가 인생의 아름다운 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으로 수입이 가장 많은 시기, 가정적으로도 활기가 가장 넘치는 시기, 직장에서도 승진하기 가장 좋은 시기, 신체적으로도 활기 왕성한 나이,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기 좋은 시기로 인생의 꽃을 피울 가장 좋은 시기가 바로 불혹의 40대가 아닌가 한다. 꽃을 피웠으니 열매를 맺어야 한다. 열매 맺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50대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맺힌 열매가 익으려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익어가는 열매의 의미를 깊게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간의 삶을 되돌아봤을 때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이 되면 인생의 열매를 맛본 것일 수도 있지만, 아직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면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십이 넘으면 물질적인 성패는 판가름이 낫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면 남은여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깊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때야말로 바로 인문학의 힘이 필요하다. 역사, 문학, 철학, 고전의 도움이 필요할 때이다. 옛사람들은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가? 그게 역사이다. 세상 사람들은 어떤 인생을 살아가는가? 그게 문학이다. 사람들은 어디서 와서 왜 살아가는 가는 것인가? 그게 철학이다. 누구에게나 적용해도 좋은 오래된 지혜가 담긴 이야기는 무엇인가? 그게 고전이다. 이런 공부로 인생의 열매를 맺고 익어가게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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