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아베 신조와 일본
아침을 열며-아베 신조와 일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07 17: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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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국학강사
김진환/국학강사-아베 신조와 일본

일본을 제대로 알려면 아베 신조를 알아야 한다. 그를 알면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일본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모 정치인이 얘기했듯이 일본정치인을 보는 눈과 일본 시민을 보는 우리의 눈은 달라야 한다. 일본 시민들은 예의가 바르고 질서를 잘 지키며 일상생활에서도 상당히 근검한 생활을 한다. 하긴 일본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지금 일본 국민은 그렇게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평가가 다소 이르기는 하다만 세상을 떠난 아베 일본 총리는 우리에게는 둘도 없는 공신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우리에게 일본상품 불매운동에 불을 지폈고, 화이트 리스트에서 우리를 배제하는 바람에 우리는 반도체 등 소재 부품 양산에서도 독립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일본산업에 의존한 세월이 적게 잡아 30여 년인데 그 속박 속에서 우리의 피와 땀은 그들의 배를 채워주었는데 감사는커녕 오만함을 부리다 마침내 일본경제는 수렁에 빠지고 있다. 거기다 자위대 군비증강을 위한 세금의 과도한 각출, 말이 좋아 장수인구, 즉 최고령 노인인구의 증가로 서서히 생산 동력을 잃어가는 그들은 머지않아 우리에게 살려달라고 애원을 할 날이 머지않았다. 과거 역사로 볼 때 일본이 세계사에 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시기는 불과 100년 정도뿐이다. 그들은 나라 자체가 완전히 붕괴한 적은 없었다. 달리 말하면 왕조가 다이묘들이 차례로 바뀌었을 뿐 이민족에게 나라를 완전히 넘겨준 일이 없는 민족이다.

나라 잃은 설움은 2차대전 말기 미국에 큰 거 두게 맞고 항복했고 평화헌법을 강요당하기도 했지만, 천황 주의를 유지하는 바람에 미국에게 간섭을 받았을지라도 그들에게 정부를 넘겨주지 않았다. 하여 그들의 정체성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여기서 그들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를 알아보려면 그들이 즐기는 스모라는 운동경기를 보면 간단하다. 스모는 씨름과 유사하나 매우 다르다. 스모 경기판은 흡사 섬나라 같은 분위기이다. 둥근 모양에 경기장은 상당히 솟아있고 한 사람이 밀어내거나 넘기면 승부가 난다. 우리처럼 이긴 선수가 손을 잡아 주거나 모레를 털어주는 일은 별로 없다. 상생의 의미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경기이다. 나만 살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보니 이웃에, 이웃 나라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는 국성을 가진 것이다. 이는 일본 정치인이 가진 속성이다. 이런 속성을 가장 많이 나타낸 이가 바로 아베 신조이다. 아베를 이해하려면 그의 가족사를 알아야 한다. 아베 총리는 정치 세습 가문 출신이다. 친조부 아베 간(安倍寛)은 중의원 2선 경험이 있고,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郎)는 외무상을 역임하면서 그를 비서로 기용했다. 특히 그에게 영향을 많이 미친 인물은 태평양전쟁 이후 56·57대 총리직을 맡았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다. 기시 전 총리는 손자 중에서도 아베 총리를 가장 많이 예뻐했다고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기시 전 총리의 무릎 위에서 배운 가치관이 지금의 정치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 살부터 시작한 무릎 교육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

기시 전 총리는 태평양전쟁의 전과 후를 모두 경험한 세대다. 그는 일본의 변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일본이 전쟁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일본이 연합군에 지나치게 내정을 간섭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으로 일본은 독립국이 됐지만, 점령 시대의 것이 사람의 사고방식과 제도 등에 남아 있어 이를 일소하지 않으면 독립을 이룰 수 없다"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외조부의 생각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아베 총리가 2006년 9월 1차 내각을 시작하면서 내건 구호가 ‘전후 체제로부터 탈각’이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베 총리는 "종전 후 일본을 적시하는 점령군이 만든 틀에 지금까지 속박돼 있다. 이 전후 체제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진정한 일본의 모습, 즉 아름다운 일본을 돌려놓지 못한다는 것이 내 진의고, 아베 (1차) 내각의 사명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베가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 극우세력들 덕분이었다. 일본 극우세력들은 한마디로 천황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다시 일본이 전쟁을 일으켜 동아시아를 제패하자는 이해 못 할 신념을 가진 자들이다. 그들의 신념은 얼음장과 같아서 깨지 않으면 절대로 녹지 않는다. 아베는 일본사람에게 맥없이 쓰러졌다. 일본의 장래는 아베처럼 될 가능성이 크다. 배타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이며 사과나 배려 없는 리더를 가진 국가가 어떻게 되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베의 사망 이후 일본은 지금 중심을 잃어가고 있다. 일본의 국민성은 젊은이들로부터 서서히 바뀌어 갈 것이고 우리나라가 그들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음악, 문화, 경제, 정치적으로 우리는 그들에게 돈을 받아가며 가르칠 준비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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