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명절과 선물(膳物)
진주성-명절과 선물(膳物)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15 16:5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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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명절과 선물(膳物)

며칠 전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지나갔다. 우리민족의 아름다운 풍속 중 명절은 참으로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긴 소중한 풍속이 아닌가 한다.

추석이 되기 전 선산을 찾아 깨끗이 벌초를 하고, 추석날이면 정성껏 햇 과일과 햇곡식으로 조상님께 차례를 모신다. 헤어져 살던 형제자매가 모이고 부모님에게 선물꾸러기와 용돈도 챙겨드린다. 돌아가신 조상님을 추모하고 살아계신 부모님께 효도하는 날이다.

세상이 변해 벌초도 대행업체에 맡기고, 바쁘다는 핑계로 명절에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도 있지만 한심한 일이다.

그래도 벌초 때나 명절이면 고속도로가 막히고, 귀성차량 안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면서 그 수고로움을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 이들이 많으니 참 아름답고 사람 사는 맛이 나는 세상이 아닌가? 고향에는 선영이 있고, 허리 굽은 노부모님이 고구마 순이며 토란대 삶아놓고 사립문밖에서 객지나간 아들딸 기다리고 계시니 어찌 바쁘다는 핑계를 댈 수 있을까? 찾아갈 고향이 있고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국토의 분단으로 조국은 두 동강나고 일천만 이상가족은 남북으로 갈라져 명절이면 “아버지 어머니”를 부르며 절규하는 그들을 생각해 보라. 임진강 망배단에서 갈 수 없는 강 건너 고향땅을 바라보며 살아 계신지 돌아가신지 알 수 없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술잔을 올리는 안타까운 그 심정을 생각해 보라. ‘나뭇가지가 가만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부니 흔들리지 않을 수 없고,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싶어도 부모님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고 했다. 아무리 직장이 바쁘고 시간이 없다 해도 명절엔 고향을, 부모님을 찾아 평소 못다 한 효도를 해야겠다.

또한 명절은 친지와 이웃 간에도 소중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정을 나누는 날이다. 사전적 의미의 선물은 ‘남에게 축하나 고마움의 뜻을 담아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 또는 그 물건’이라고 했다. 주로 생일 졸업 승진 등에 마음을 담아 하는 것이 선물이지만, 명절이면 평소의 존경과 고마움을 표하며 훈훈한 정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이는, 상사나 힘 있는 윗사람에게 필요이상의 금품을 선물이란 이름으로 제공하여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선물은 순수해야지 무슨 대가를 바라며 하는 것은 선물이 아니고 뇌물이라 할 수 있고 삼가야 할 것이다. 조상을 섬기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평소에 고마웠던 분들에게 마음과 정을 나눌 수 있는 명절은 얼마나 아름다운 미풍양속인가. 이는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길이 이어가야하는 우리의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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