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시간 때우기 방송
진주성-시간 때우기 방송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20 16:4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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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시간 때우기 방송

요즘은 텔레비전의 채널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신문에도 방송프로그램의 시간표도 안 내보낸다. 각자의 방송 화면에 어쩌다가 예보를 하지만 기억해 두었다가 꼭 보아야지 하는 프로도 없다. 사기업방송이야 돈만 벌면 된다는 식으로 시청대상의 계층에 따라 방송윤리규정에 어긋나지 않으면 상관없이 광고가 목적이지만 지상파 국영방송과 공영방송은 국민을 이끌어갈 의무라는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의 계층별 내용과 시각의 안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추석 연휴 나흘 동안 단 한 편의 그럴듯한 특집프로가 없었다. 글로벌 글로벌 하면서 세계를 읽고 앞을 내다보며 견문을 넓히는 것도 많이 해야 하고 옳고 맞다. 추석은 우리 고유의 명절이면서 건국 전후의 피맺힌 원한과 통한의 세월로 얼룩진 눈물 젖은 명절이기도 했었다. 한 많은 세월을 보낸 세대들이 대부분 저세상으로 가고 이제 남은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문화가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책에서 전하는 역사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무릎에서 전해지는 생활상은 판단의식의 차가 크다. 그러나 커가는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무릎과 거리가 멀어졌고 애환의 역사를 지켜본 그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아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대신할 역할을 방송이 짊어져야 하는데 제작진들이 신세대들이어선지 생각조차 없는 것 같다. 저게 방송감이 되는지 어이가 없어 잠시 보고 있으면 방송하기가 싫어서 죽을 맛인 것처럼 마지 못해 억지로 시간 때우기를 위한 것 같다. 걸핏하면 뭇 사람들을 줄줄이 불러내어서 시답잖은 수다나 떠는 저질이고, 보고 싶지도 않은 남의 사생활 공간이나 보여주며 시시콜콜하고 얼토당토않은 주제에 웃음거리도 못 되는 것을 억지로 내용을 쥐어짜 꿰맞추는 것 같아 유치하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뉴스와 예체능이나 내보내고 기획제작이 싫으면 그만둬라!”다.

피로 물든 역사나 눈물 젖은 추석날의 옛이야기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지난날의 추석 풍경과 시대적인 민족혼의 흐름과 변천사를 되돌아보며 오늘의 추석과 미래의 추석도 그려볼 수 있고 명절의 개념과 세대 간의 갈등과 괴리의 분석도 하며 6.25 전쟁 중의 추석과 일제강점기의 추석날의 자료들도 섞어 특집 다큐멘터리도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고 잊혀가는 세시풍속도 연령층에 따라 담아볼 수 있다. 방송은 실시간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전통과 문화를 이어가며 우리의 미래를 기획하는 설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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