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정겨운 어머니의 당부
진주성-정겨운 어머니의 당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22 17:0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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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정겨운 어머니의 당부

다음 글은 친구가 카톡으로 전해온 명언인데, 어무이 말씀이 너무 정감 있고 교훈적이며 따뜻하여, 혼자보기 아까워 재미로 올려본다.

“얼굴은 남보라고 씻는가? 머리 감으면 모자는 털어서 쓰고 싶고, 목욕하면 헌 옷 입기 싫은기 사람마음이다. 그기 얼마나 가겠노만은 날마다 새 날로 살라꼬 아침마다 낯도 씻고 그런 거 아이가. 안 그라면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낯을 왜 만날 씻겠노?

고추 모종은 아카시 핀 뒤에 심어야 된다. 배꽃 필 때 한 번은 더 추위가 있다. 뻐꾸기가 처음 울고 세 장날이 지나야 풋보리라도 베서 먹을 수 있는디 처서 지나면 솔나무 밑이 훤한다 안 카더나. 그래서 처서 전에 오는 비는 약비고, 처섯비는 사방 십리에 천 석을 까먹는다 안 카더나.

나락이 피기 전에 비가 쫌 와얄 낀데.. 들깨는 해 뜨기 전에 털어야 꼬타리가 안 뿌사저서 일이 수월코, 참깨는 해가 떠서 이슬이 말라야 꼬타리가 벌어져서 잘 털린다. 그나저나 무신 일이든 살펴봐감서 해야 한다.

까치가 집짓는 나무는 베는기 아이다. 나무도 큰넘이 있고 작은 넘이 있는 것이, 여문 넘이나 무른기 다 이유가 있는기다. 사람도 한가지다. 생각해 봐라. 다 글을 잘하면 농사는 누가 짓고, 변소는 누가 푸노? 밥 하는 놈있고 묵는놈 있듯이, 말 잘 하는 놈 있고 힘 잘 쓰는 놈 있고, 헛간 짓는 사람 있고 큰 집 짓는 사람 따로 있고, 돼지 잡는 사람, 장사 지낼 때 앞소리 미이는 사람 다 있어야 하는기다. 하나라도 없어 봐라. 그 동네가 잘 되겄나.

내 살아보니 짜달시리 잘난 넘도 못난 넘도 없더라. 하기사 다 지나고 본깨 배우나 못 배우나 별기 아이더라.

우짜든지 서로 싸우지 말고 도와 감서 살아라. 다른 사람 눈에 눈물 빼고 득 본다 싶어도 끝을 맞춰 보면 별 거 없니라. 누구나 눈은 앞에 달렸고, 팔다리는 두 개라도 입은 한 개니까 사람이 욕심내 봐야 거기서 거기더라. 갈 때는 두 손 두 발 다 비었고. 말 못하는 나무나 짐승에게 베푸는 것도 우선 보기에는 어리석다 해도 길게 보면 득이라.

모든 게 제 각각, 베풀면 베푼 대로 받고, 해치면 해친 대로 받고 사는긴깨 말해서 뭐하겠노? 내사 이미 이리 살았지만 너그는 우짜든지 눈 똑바로 뜨고 단디 살펴서, 마르고 다져진 땅만 밟고 살거라이.

사람이 한 번 나면, 아이는 두 번 되고 어른은 한 번 된다더니, 어른은 되지도 몬하고 아이만 또 됐다. 인자 너그 아이들 타던 유모차에 손을 짚어야 걷는다. 세상에 수월한 일이 오디있대. 하다 보면 손에 익고 또 몸에 익고 그러면 그렇게 용기가 생기는 게지 그렇게 사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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