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작은 실천, 남을 위한 배려
아침을 열며-작은 실천, 남을 위한 배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22 17:0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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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
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작은 실천, 남을 위한 배려

가을을 접어들면서 11호 태풍 힌남노와 14호 태풍 난마돌이 연이어 지나갔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사는 동네 서부 경남은 그다지 피해가 없이 지나갔지만 추석 전 힌남노로 인해서 경북 포항 인근은 많은 수재민이 생겼다. 다수의 국민들은 살아가면서 태풍이나 폭우로 수해(水害) 피해를 겪어보지 않아 그 심정을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대중매체를 통해서 접해지는 영상들은 우리로 하여금 아연실색(啞然失色)하게 만든다. 특히, 폭우로 침수된 집과 논밭 등을 보면 원상 복구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하루 빨리 일상으로의 회복을 간절히 바래 본다.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남을 배려하는 작은 실천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겪고 보았던 사건을 통해서 공유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사건의 주인공은 날아다니는 검정 비닐봉지다. 며칠 전 퇴근길에 차도(車道)와 인도(人道)를 넘나들면서 날아다니는 꽤 크기가 큰 검정 비닐봉지를 본 적이 있다. 태풍 전후의 불었던 강한 바람이라 잡으려고 노력을 해도 쉽게 잡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행히 반대편 쪽으로 날아가 화단에 멈춰진 것을 중년의 여성이 잡게 되어서 큰 사고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만약 이 비닐봉지가 자동차 운전석 쪽이나 자전거를 탄 행인 쪽으로 갑자기 날아들었다면 급작스런 핸들 조작이나 급브레이크 작동 등으로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저와 같이 생각해주신 이름 모를 여성분께 감사를 드린다. 두 번째 사건의 주인공은 빈 스티로폼 상자다. 지난 2년 이상의 코로나19 이후 냉동 혹은 신선 제품의 택배 및 배달 문화 발달로 넘쳐나는 스티로폼 박스도 잘 처리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다. 공동 주택 아파트에서는 당연히 분리수거가 되겠지만, 일반 주택에서는 대개 분리수거용 쓰레기봉투와 함께 내다 놓다보니 조금만 센 바람에도 이곳저곳으로 뒹굴게 된다. 심지어 위의 검정 비닐봉지처럼 차도와 인도에 가끔 날아들어서 운전자나 보행자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따라서 스티로폼 배출자는 철저하게 분리수거를 하든지 아니면 내어 놓을 때 날아다니지 않도록 안에 물이나 돌멩이라도 넣어서 배출하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세 번째 주인공은 도로가의 고인 물이다.

아마 필자 포함 운전자라면 한 두 번씩은 경험했을 것이다. 비가 내린 도로에서 같은 차선이나 반대 차선에서 고인 물은 자신의 차로 고인 물을 확치고 나가는 운전자는 몰라도 확 뿌려지는 물벼락을 맞은 옆 차선이나 반대편 차선의 운전자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인도에서 걸어가다가 자동차가 친 물벼락도 마찬가지다. 출근길에서 이렇듯 물벼락을 맞았다면 그날 기분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러니 운전자는 전방을 잘 주시하여 앞 차의 움직임이나 고인 물을 잘 살펴서 운전해야 할 것이다. 네 번째 주인공은 건물에서 떨어질 수 있는 간판과 같은 낙하물(落下物)이다. 특히, 위에서 언급했듯이 바람이 심하게 불 때는 간판 아래와 공사장 인근을 지날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번 태풍에도 사는 동네의 도로에 간판이나 꽤 굵은 나뭇가지가 떨어져 있는 것을 여러 곳에서 목격했다. 물론 공사 현장에서는 안전한 통행을 위하여 낙하물 안전망을 설치하지만 미리 조심하고 거리를 두고 공사장 인근을 피해서 다니는 것도 방법이다. 따라서 이번처럼 강한 태풍 예보가 있을 때는 건물주는 간판이나 외벽을 챙기고, 건설 현장에서는 낙하물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작은 실천을 행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로부터 자신과 이웃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역린(逆鱗)의 유명한 대사가 생각난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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