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가을의 길목에서
진주성-가을의 길목에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2.09.25 16: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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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계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뀐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최강 폭염도 지나가고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추분(秋分 9월23일)도 엊그제 지났다.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다. 추분이 지나면 낮이 짧아지고 제법 쌀쌀한 바람도 불게 되면서 본격적인 가을이 된다. 요즘 산속 절을 향하는 길목과 공원에는 꽃무릇과 구절초가 피어나 있다. 추분 이후 찬 이슬이 내리면 단풍이 들고 한로(寒露)가 지나 은행잎이 노랗게 되면 서리가 내리게 된다. 이 모두가 인생처럼 흐르는 자연의 섭리다.

추분은 양력 9월22일이나 23일 무렵, 음력으로는 8월 중이다. 추분이라는 말은 가을(秋)의 분기점(分)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이날이 지나면 점차 낮보다 밤이 길어져 계절의 기준으로도 본다. 추분과 관련된 속담을 보면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다’라는 것이 있는데 가을 기운이 완연해짐을 의미한다. 이제부터는 곡식과 과일을 수확해 겨울에 대비한다. 본격적인 가을걷이가 시작되면서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가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추분은 농부는 물론 모두에게 일 년 중 가장 행복한 시절이다.

가을이 되면, 여름내 우리나라에 머물던 덥고 습한 기운이 물러나고 습도가 낮아지면서 강수량이 적으며, 맑은 날씨로 인해 일사량이 풍부해진다. 기온도 적당하고 따뜻해서 바깥 활동하기에 좋은 계절 중의 하나이다. 예로부터 가을볕은 보약이라 할 만큼 이로운 점이 많다. 가을볕은 봄볕에 비해 따갑기가 줄어 활동하기에 좋다. 그래서‘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속담이 생겼으리라.

흔히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가을이 왜 독서의 계절이 되었는지가 궁금하다. 이는 아마도 등화가친(燈火可親)이란 사자성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등화가친은 등불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말로, 학문을 탐구하기에 좋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 말은 가을이 날씨가 서늘하고 하늘이 맑으며 수확이 풍성해 마음이 안정되어 공부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즉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푸른 하늘과 몽실몽실한 구름이 피어오르는 이 가을에 우리 모두는 겨울을 준비하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뜨거웠던 여름을 무사히 보내고 언제나처럼 찾아온 가을이 모두에게 이로운, 짧지만 보약과도 같은 계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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